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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어머니와 약주

송정희2017.05.06 07:04조회 수 16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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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약주 (수필)

 

오월오일 어린이날이 생신이신 나의 어머니. 윤년윤달까지 끼어서 음력으로 생일을 하려면 몇년에 한번씩 겨우 할 수 밖에 없으셔서 그 오래전에도 양력을 쓰셨다는 나의 어머니.

한번 들으면 잊어버릴 수 없는 어린이날.

사년전 이곳 미국에 다니러 오셨을 때  일년을 나와 함께 계셨었다. 그때 지금 살고있는 작은집을 마련해서 이사를 올때 어머니와 함께 짐을 싸고 작은 짐들은 내차로 직접 옮기고 어머닌 내가 옮긴 짐을 푸셨었다.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어머님에게 치매가 시작되었다는것을.

어머님이 짐을 싸실때 당신이 하셨던 말씀을 기억하지 못하시고 내가 신신당부했던 말들도 처음 들으시는 표정. 난 무척 당황했지만 어머니를 관찰하기로 맘을 먹었다.

그당시 느꼈던 나의 감정은 일말의 절망감.

다른 사람 모두 치매에 걸려도 나의 어머니는 안걸릴거라는 그 허무했던 자신감.

워낙 총기가 뛰어나셔서 뭐든 잘 기억하셨고 암기도 잘 하셨던 나의 어머니.

열두곡 정도의 노래를 메들리로 부르셨던 나의 어머니.

열명의 손주들과 가족들의 생일을 모두 기억하고 계셨던 나의 어머니.

알츠하이머 치매의 초기 증상은 현재것을 기억하지못해도 과거의 것들은 잘 기억한다는것이 특징이란다.

그런데 이사후 짐을 푸는 과정에서 결국 어머니께 화를 내고야 말았다.

몇안되는 결혼예물과 지아비의 유품이 담긴 상자는 푸시지 마시고 잘 두시라고 했는데 다 풀어서 어딘가에 두시고는 못찾으시고 내가 그런말을 하지않았다고 우기시는것이다.

어수선한 집안에서 그것을 찾기란 해저탐사하는것과 같았다. 내겐.

우선 맘을 진정하고 언제고 찾겠지 맘을 먹었지만 이미 당황하신 어머닌 울고 계셨다.

괜찮다고 해도 어머닌 당신이 치매가 아닐까 염려하신것이다.

어머님이 한국으로 가신 후 큰올케와 통화를 해서 어머님이 정밀검사를 받기를 권했다. 든든한 큰올케와 남동생을 믿는다.

다행히 MRI 에서는 뇌에 진전이 없는 단계라 행동요법과 지속적인 정밀검사를 받기로 진단을 받고 결국 어머니도 본인의 상태를 알게 되셨다.

어머님이 하지 말아야할것 몇가지중에 음주가 있다.

어머닌 과음은 안하셔도 약주을 즐겨하신다. 이곳에 나와 계실때도 저녁에 와인 한잔 또는 맥주 한캔을 마시고 즐거워하셨다.

의사와 동생의 간곡한 부탁. 과음은 치매의 적이라고.

어머니 생신때 경로당으로 올케가 프라이드 치킨을 넉넉히 사와서 생일잔치의 흥을 돋구웠지만 평소 즐기시는 맥주없이 뽀송뽀송한 생일을 맞으셨다는 나의 어머니.

엄마, 잘했어요. 엄마와 약주와 치매는 삼각관계야. 한꺼번에 세명이 동시에 사랑할 수 없는 삼각관계울엄마 홧팅!!!

내년 엄마 생신은 미국서 저와 함께 보내기로 해요. 건강관이 잘 하셔서요. 사랑해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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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줄리아씨 어머니와 약주와 치매의 삼각관계 절묘하네요.


    제 어머니는 대입시키자니

    고부관계 신경쇠약 그리고 중간에 어머니가 계시네요.


    햇살이 좋네요.

    편안한 하루되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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