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에게
서 정윤
어디에서 피어
언제 지든지
너는 들꽃이다
내가 너에게 보내는 그리움은
오히려 너를 시들게 할 뿐,
너는 그저 논두렁 길가에
피었다 지면 그만이다.
인간이 살아, 살면서 맺는
숱한 인연의 매듭들을
이제는 풀면서 살아야겠다.
들꽃처럼 소리 소문없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었다 지면 그만이다.
한 하늘 아래
너와 나는 살아있다.
그것만으로도 아직은 살 수 있고
나에게 허여된 시간을
그래도 열심히 살아야 한다.
그냥 피었다 지면
그만일 들꽃이지만
홑씨들 날릴 강한 바람을
아직은 기다려야 한다.
나의 거울
천 양희
자신을 잘 모를 때
자신을 과신할 때
물에 얼굴을 비추지 말고
사람들에게 자신을
비추어보라는 말을
거울삼습니다.
어려운 일을 견뎌야 할 때
힘든 일을 인내해야 할 때
귀한 진주는 보잘 것 없는
조개에서 나오고
아름다운 옥구슬은
거친 옥돌에서 나온다는 말을
거울삼습니다.
잘못된 일 때문에 후회할 때
실패한 일 때문에 좌절할 때
희망보다 더 좋은 친구는 없고
절망보다 더 나은 교사는 없다는 말을 거울삼습니다.
가시
정 채봉
장미나무에
숯불덩이 같은 꽃이 얹히는
아카시 나무에
팝콘 같은 꽃이 확 퍼져 있는
찔레나무에
아기 손톱 같은 꽃이
앙증스럽게 손짓하는
오월
나의 나무는
꽃은 없고
가시만 돋아
2025년 5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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