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울가의 아름드리 나무
이곳으로 이사 왔을 때
집 근처 산책로에 긴 개울이 있었다.
개울 가에 아름드리 나무가 서 있었다.
그 나무를 보고 축복을 받은 나무라고 생각했다.
언제나 물이 흐르기에
가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고개울이 난 쪽으로 햇볕을 가리는 방해물도 없었다.
이렇게까지 튼튼하게 자란 것이 당연해 보였고
앞으로도 무탈하게 잘 자랄 것으로 믿었다.
홍수주의보가 뜨던 어느날
억수같은 비가 밤새 쏟아진 후
아침에 개울가로 가 보았다.
흙탕물이 개울을 넘쳐 흐르는 위로
그 나무가 뿌리를 드러낸채 넘어져 있었다.
홍수로 뿌리를 지탱하던 개울가 옆 토사가 쓸려 내려가 버렸기 때문이었다.
지진으로 건물과 다리가 무너지고
도로가 꺼지듯
커다란 나무가 넘어져 있었다.
가장 축복받은 생명도 예기치 못한 불행으로
하루 아침에 운명을 달리했다.
모든 삶이 이와 다를 바 없다는 사실에
두려웠다.
겸손해질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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