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月 한(恨)
김 영랑
모란이 피는 오월달
월계(月桂)도 피는 오월 달
온갖 재앙이 다 벌어졌어도
내 품에 남는 다순 김 있어
마음 실 튀기는 오월이러라.
무슨 대견한 옛날였으랴
그래서 못 잊는 오월이랴
청산을 거닐면 하루 한 치씩
뻗어 오르는 풀숲 사이를
보람만 달리던 오월이어라.
아무리 두견이 애닯아해도
황금 꾀꼬리 아양을 펴도
싫고 좋고 그렇기보다는
풍기는 내음에 지늘꼈건만
어느새 다 해-진 오월이러라.
찔레꽃
신 경림
아카샤 꽃냄새가 진한 과수원 샛길을
처녀애들이 기운없이 걷고 있었다
먼지가 켜로 않은 이파리 사이로
멀리 실공장이 보이고 행진곡이 들리고
기름과 오물로 더럽혀진 냇물에서
아이들이 병든 고기를 잡고 있었다
나는 한 그루 찔레꽃을 찾고 있었다
가라앉은 어둠 번지는 종소리
보리 팬 언덕 그 소녀를 찾고 있었다
보도는 불을 뿜고 가뭄은 목을 태워
마주치면 사람들은 눈길을 피했다
겨울은 아직 멀다지만 죽음은 다가오고
플라타나스도 마루나무도 누렇게 썩었다
늙은이들은 잘린 느티나무에 붙어앉아
깊고 지친 기침들을 하는데
오직 한 그루 찔레꽃이 피어 있었다
냇가 허물어진 방죽 아래 숨어 서서
다가오는 죽음의 발자국을 울고 있었다
꽃가게 앞을 지나며
문 병란
그 꽃빛깔만큼이나 예쁜 이름을 가진
온갖 꽃들이 진열된 꽃가게 앞을 지나면
사랑하는 사람아, 나는 문득
너의 이름이 떠오른다.
진정 그리움이란
진홍빛 장미꽃만큼이나
간절히 타오르는 정열인 것이냐.
아름다운 것만 보면 문득
푸른 하늘이 치어다 보이고
거기 눈부신 이국종
아네모네의 이름보다 멀게
너의 고운 미소 피었다 스러지나니.
삶의 외로움 나누는
목마른 어느 길목에서
나는 너의 조그만 미소를 구하여
이리도 간절히 발돋움해 애태운다.
오라, 노을지는 꽃길 위에
종종 걸음으로 왔다가 스러지는
무수한 발자국 지우며
봄과 함께 꽃내음 타고 올
제비꽃 초롱 내 사랑하는 연인!
2025년 5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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