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기쁨
홍 해리
나이 들수록,
눈이 침침해지고
귀가 희미해져도,
보이는 것이 더 많고
들리는 것이 더 많네.
둔해지는 몸으로
느끼는 것이 더 많은,
이 투명한 세상!
살아 있다는
단순한,
이
기쁨.
인생이 무엇인지 나는 몰랐다
양 광모
인생이라는 나무에는
슬픔도 한 송이 꽃이라는 것을
자유를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은
펄럭이는 날개가 아니라
펄떡이는 심장이라는 것을
진정한 비상이란
대지가 아니라
나를 벗어나는 일이란 것을
절망이란 불청객과 같지만
희망이란 초대를 받아야만
찾아오는 손님과 같다는 것을
12월에는 봄을 기다리지 말고
힘껏 겨울을 이겨내려 애써야 한다는 것을
친구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 아니라
그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내가 도와줘야만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누군가를 사랑해도
되는지 알고 싶다면
그와 함께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면 된다는 것을
시간은 멈출 수 없지만
시계는 잠시 꺼둘 수 있다는 것을
성공이란 종이비행기와 같아
접는 시간보다 날아다니는
시간이 더 짧다는 것을
행복과 불행 사이의 거리는
한 뼘에 불과하다는 것을
삶은
동사가 아니라
감탄사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인생이란 결국
자신의 삶을 뜨겁게 사랑하는 방법을
깨우치는 일이라는 것을
인생을 통해 나는
내 삶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모란이 피네
송 찬호
외로운 홀몸 그 종지기가 죽고
종탑만 남아 있는 골짜기를 지나
마지막 종소리를 이렇게
보자기에 싸 왔어요
그런데 얘야,
그게 장엄한 사원의 종소리라면
의젓하게 가마에 태워 오지 그러느냐
혹, 어느 잔혹한 전쟁처럼
그것의 코만 베어 온 것 아니냐
머리만 떼어 온 것 아니냐,
이리 투정하신다면 할 말은 없지만
긴긴 오뉴월 한낮
마지막 벙그는 종소리를
당신께 보여주려고,
꽃모서리까지 환하게
펼쳐놓는 모란보자기
2025년 5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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