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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배경
-1961년 전남 여수 출생
- 2019년 미국이민
-1988년 서울대학 법학과 졸
- 1988 20회 사법고시합격
-1991 서울대학 법과대학 대학원 졸(석사)
-1999 국립 해양대학 대학원 수료(박사)
- 2003 University of Denver, School of Law, LLM 수료
-2003 뉴욕스테이트 변호사 시험 합격
- 애틀란타 문학회 회원

뒤통수를 생각한다(에세이)

cosyyoon2025.06.01 07:42조회 수 165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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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통수를 생각한다

 

 

 

우리 속담에 뒤통수를 친다라는 말이 있다. 상대방이 나의 의표를 찔렀다는 뜻인데 어감이 사뭇 부정적이다.

흔히 상대방이 비겁하게 나를 속였다, 사기를 쳤다는 느낌이 전해진다. 이런 속담이 나온 배경을 살펴보면 짐작이 어렵지 않다.

우선 제대로 뒤통수를 맞으면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아프다. 두개골 안의 뇌가 충격을 받기 때문인다.

설령 육체적 고통이 적은 경우일지라도 누군가로부터 뒤통수를 맞으면 기분이 유쾌하진 않다.

당한 사람으로서는 아닌 밤에 홍두깨요, 맑은 날의 벼락이다.

우리의 신체 구조는 뒤를 살펴볼 장치가 부족하다. 뒤통수는 우리의 가장 상부에 가장 약한 위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속담 속에는 그 만큼 중요한데다 취약한 부분이므로 뒤통수를 공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사회적 함의가 내포되어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어린 아이들이 생일빵 놀이를 할 때에도 주인공의 등을 두드리는 일이 있어도 그의 뒤통수를 때리는 것은 금기시되는 이유다.

 

 

 

나 역시 사회 생활을 하면서 몇 차례 뒤통수를 맞았다.

눈 뜨고 코 베어가는 세상에 살아가면서 뒤통수 몇방 맞았다고 무슨 대수냐 할 수도 있겠으나,

막상 당해 보니 나 자신의 어리석음에 화가 났고 배심감에 아팠다.

뇌진탕에 하늘이 노랗듯 어지러운 세상이 원망스러웠으나 시간이 지나 머리카락 자라듯 뒤통수의 상처는 아물었고

쇠를 담글질 하듯 마음을 다스리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뒤통수를 친다는 속담의 외연을 확장하면 조금 순화된 의미도 가능하겠다.

사소한 일로 실망했다, 환상이 깨어졌다는 뜻으로도 통할 수 있다는 말씀.

추앙받던 스타의 음주운전, 신뢰하던 정치인으로 뇌물, 종교인의 성폭력 등 믿었던 자에 대한 추문을 접할 때 우리는 뒤통수를 얻어맞았다고 말해도 괜찮지 않을까.

 

 

 

큰 규모의 기업을 경영하는 대표이사를 자문한 적이 있었다.

50대 초반의 나이에 해운회사를 경영하는 분이었다. 꼼꼼하고 빈틈이 없는 일처리에 대화에서도 실수가 없었다.

호감가는 얼굴에 각이 진 정장이 어울리는 신사였다.

한번은 나의 사무실을 방문하였는데 조금 피곤한 모습이었다. 상담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엘레베이트까지 배웅을 나갔다.

그의 뒷 모습, 정확히는 그의 뒤통수를 본 것은 그때였다.

뒤통수에 까치집이 지어져 있었다. 전날 밤의 피곤이 풀리지 않아서 였을까?

나의 사무실을 오는 동안 자가용 차량에서 잠시 눈을 붙인다는 것이 뒷 좌석 시트에서 몸의 균형을 잃었음에 틀림 없었다.

평소 그에게서 느꼈던 완벽함의 신화가 허물어지는 순간이었다.

 

그 이후 나는 차, 열차, 비행기를 탈 때 좌석 뒷받이로 머리를 젖힐 때 신경을 쓴다.

내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뒤통수의 모습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정도의 뒤통수치기라면 나 역시 주변 사람들에게 셀 수 없이 저질렀음이 틀림없다.

 

 

 

생각해 보면 뒤통수는 좀 아쉬움이 남는 신체의 일부다.  

같은 두개골인데 오감과 소통의 대부분이 앞쪽에 물려있다.  

, , 입 등 보고, 맡고, 먹고, 말하기를 담당하는 중요 부위가 그것이다.

듣기를 담당하는 귀가 앞과 뒤의 중간인 얼굴 옆에 배치되어 있는 것이 예외라면 예외인데, 이 귀마저도 귀바퀴가 정면으로 향하고 있다.

뒤 보다는 앞에서 오는 소리를 더 잘 감지하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이다. 

반짝거리는 두 눈, 오똑한 코, 붉은 입술을 가진 입에 균형을 받쳐주는 뒤 귀를 가진,

얼굴이 잘 구획된 도심이라면 뒤통수는 말 그대로 텅빈 공터다.

그 뒤통수를 검은 머리로 가리기까지 하니 평생 볕들 날 없는 음지같은 느낌이다.

 

 

 

그렇다고 뒤통수가 무미건조한 신체의 일부라고 치부하는 것은 성급하다.

뭔가 복잡하거나 고민스러울 때 우리는 뒤통수를 긁적거린다.

무서운 일을 당했을 때 뒤동수가 서늘해지는가 하면 부끄러운 일을 하면 뒤통수가 쭈빗쭈빗거린다.

찡그리거나 웃거나 우는, 다양한 표정을 갖춘 얼굴까지는 아니더라도 뒤통수도 충분히 우리의 감정을 전달하고 표현하는 셈이다.

 

 

 

이뿐인가.

우리는 뒤통수로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미장원이나 이발소에서 머리를 손질할 때 앞 이마와 옆 모습 못지 않게 뒤통수 쪽의 머리에도 신경을 쓴다.

뒷 머리 품세가 풍성하냐, 뒤통수에 바짝 붙었느냐에 따라 주인공의 인상에 엄청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난 지금도 어머니가 여동생의 머리를 두 갈래로 갈라 댕기를 틀거나 머리핀을 꽂아주시던 때를 기억한다.

고조할머니, 증조할머니가 머리에 동백기름을 바르며 촘촘한 대나무 참빗으로 꼽게 풀어 뒷 머리를 올리시던 곧곧한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곱다라는 말을 들으면 참빗, 동백기름, 단정히 빗은 머리카락이 자동적으로 연상된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람의 아름다움은 뒤통수에서 완성되는 것 아닐지.

뒤통수가 잘 생긴 젊은이들이 머리를 짧게 깍아 자신의 뒤태를 자랑하는 것도 그 일환이리라.

 

 

 

이런 연유때문일까. 요즈음의 젊은 엄마 아빠들은 아기가 태어나면 아기의 머리 뒤에 놓는 베개에 유난히 신경을 쓴다고 한다.

수시로 아기를 좌우 옆으로 뉘이거나 어떤 때는 아예 뒤집는다.  아기의 뒤통수가 납작해지는 것을 방지하려는 목적이라고 한다.

아기들이 태어날 때 모든 신체구조는 말 그대로 말랑말랑한, 가소성(可塑性) 그 자체다.

이때 아무리 부드러운 베개를 받치더라도 오랜 기간 같은 자세로 뉘이면 아기의 뒤통수가 눌려서 납작해진다는 것이었다.

한번 납작해진 두개골은 다시 돌릴 수 없다. 평생 납작한 뒤통수로 아기를 살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이 젊은 부모들의 지론이다.

여기서 그치랴. 자주 자세를 바꾸어주면 얼굴도 가름해지고 작아진다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고 했다.

 

이 말을 듣고 내 뒤통수를 만져보니 깍아지른 절벽이 따로 없다. 베이붐 세대를 거쳐온 고난의 20세기 생들 대부분의 뒤통수는 납작하다.

더욱이 우리는 동양인 특유의 둥글넙적한 얼굴을 가지고 있지 않는가.

 

사정이 그러하다면 내 자식을 최고의 미남미녀로 만들어 보겠다는 21세기 부부의 육아지침을 비난할 수 없다.

다만, 주변 사람들 뒤통수를 치지 않는 인물로 성장시키는 일에 추호의 게으름이 없기를 바랄 뿐.

가는 손님 뒤통수가 예쁘다, 이 글의 진의를 알아챌 눈치코치 정도는 있어주길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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