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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황치열이 기분 안좋을까요

송정희2017.05.24 08:33조회 수 8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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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치열이 기분 안 좋을까요. (수필)

 

어느 작은 어촌이었어요. 나는 여전히 젊고, 어떤 멋진 남자와 연인사이였더군요.

그곳이 익숙치 않은 풍경인걸로 미루어 우린 잠시 여행을 왔었나봅니다.

허름한 방갈로 같은 곳에서 우린 세상사람이 아닌듯 행복했었습니다. 손을 잡고 파도가 밀려오는 모래사장을 걷고 작은 아이들이 우릴 놀리며 따라오고.

내가 선물했다는 작은 손가방이 진흙에 빠졌다고 울고있는 어린 여자아이를 안고 그냥 햇빛에 말려서 털어 보자고 달래보기도 했어요.

그런 모습을 바라보뎐 나의 연인은 바로 가수 황치열이었죠.

아마도 엊저녁 티비에서 황치열이 노래 부르는 모습이 나의 꿈에 반사되었나 봅니다.

어찌되었든 꿈엔 비현실적인 일이 현실이 되는 환상의 나라이니까요.

점심시간인지 저녁밥을 먹을 땐지 작은 동네는 잡아온 물고기를 구우며 식사준비를 하더군요.

우리도 생선을 굽기로 했지요. 나의 남자가 동네에 가서 생선을 구해오겠다고 하길래 내가 가겠다고 했어요. 그사람은 그것말고도 할일이 많았거든요.

바로 옆에 보이던 이웃집이 걸어도 걸어도 가까워지지 않더라구요. 한걸음 내달으면 열걸음은 멀어지는 집들. 난 꿈에서도 열심히 뛰었습니다. 그사람이 기다릴까봐요.

미로같은 동네를 뱅뱅돌며 방파제 같은 곳에 빠지기도 하고...

빈손으로 결국 돌아와보니 그사람은 고등어같은 생선을 토막을 내서 꼬치에 꽂고 있었습니다. 왜 이렇게 늦었냐며 걱정스런 눈빛으로 나를 보고 난 결국 울음을 터뜨리며 잠에서 깨었죠.

창문 스크린도어에 구슬같이 맺힌 빗방울도 전혀 예쁘지 않은 새벽.

다시 눈을 힘껏 감고 꿈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이미 난 꿈에서 세상으로 시간여행을 마친 뒤였죠.

복면가왕이라는 프로에 나와 마지막 결승까지 마쳤던 황치열. 오랜 무명시절을 거쳐 반듯하게 노래하는 모습이 내게 각인 되었었나봅니다.

나의 꿈에서 나와 연인인걸 안다면 황지열이 기분 안좋을까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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