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고구마가 구워질 때

송정희2017.06.02 18:49조회 수 9댓글 0

    • 글자 크기

고구마가 구워질 때

 

직화남비를 사보았다

바닥에 구멍이 뽕뽕 뚫려

무엇을 끓일 수 있는 용기는 아니다

 

설명서에는 그 남비안에서

구울 수 있는 야채, 생선, 가공식품이 무궁무진하단다

난 그저 고구마나 옥수수를 구우면 된다

 

비비 말라보이는 한국고구마를 세일한다

중간놈으로 네개를 고른다

너무 커도 남비에 안들어갈테니

벌써 입에 침이 고인다

 

세워놓은 차에 타니

실내온도 90

유월초의 한낮의 온도다

에구, 칠월과 팔월은 어찌할꼬

 

오후 다섯시가 되어서야 집으로 와

늦은 점심을 차리며 고구마를 씻어

직화남비에 앉힌다

 

호박잎 넣은 된장찌개와 잡곡밥으로

진시황제보다 더 맛있게

점심인지 저녁인지 애매한 식사를 하고나니

달달하게 풍겨오는 고구마도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잘 익고 있는지 나무 젓가락으로 꾹 찌르니

반정도 익은듯한 촉감이 느껴진다

이내 꾹 찔러진 자리에서 아프다는듯

진물같은 엿물이 나오고

난 진심 미안해진다

 

 

    • 글자 크기
불만 배초향

댓글 달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276 브라질리안 넛 2017.06.07 81
275 뒷뜰의 새와 나 2017.06.07 12
274 착한 여자 2017.06.06 11
273 오늘같은 날 2017.06.06 12
272 부론 할머니 2017.06.05 12
271 토마스 장로님 2017.06.04 11
270 기찻길 옆에서 2017.06.04 10
269 유월 첫주 일요일 아침에 2017.06.04 13
268 불만 2017.06.03 17
고구마가 구워질 때 2017.06.02 9
266 배초향 2017.06.02 18
265 방안의 미나리 2017.06.02 12
264 손버릇 2017.06.02 13
263 그 아이 2017.06.02 11
262 에보니와 길고양이 2017.05.31 12
261 나의 오월은 2017.05.31 10
260 비움 2017.05.30 13
259 라클레시아 2017.05.29 43
258 반갑다 유월 2017.05.29 53
257 밀리 할머니의 죽음 2017.05.28 11
이전 1 ... 37 38 39 40 41 42 43 44 45 46... 55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