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오이꽃 4탄

송정희2017.06.09 07:12조회 수 15댓글 0

    • 글자 크기

오이꽃 4

 

어제 일하느라 하루종일 집을 비운 사이

오이들은 부지런히 꽃을 피우고

여분으로 세워둔 원통지지대로

넝쿨을 뻗어 옮겨 갔더군요

 

거짓말처럼 오이가 하루사이에 커지고

저 무게를 줄기는 어떻게 견딜까

그저 놀라운 아침입니다

사다리처럼 넝쿨을 위로 오르다

끝에 다다르면 누우며 옆의 지지대로 가죠

 

더 올라갈데가 없다고 절대 포기하지 않는 오이들

난 얼마나 많은일들에 쉽게 포기했던가요

오이넝쿨처럼 더듬이로 다른쪽을

더듬어 보기는 했었는지요

귀챦아서 싫어서 창피해서

그렇게 묻어둔 시도들은 얼마나 많았는지요

 

하루만에 나를 보는 오이꽃들은

다섯장 노란잎을 활짝 버려

세개의 수술과 암술을 내게 보입니다

벌과 나비 그리고 개미들

오늘도 또 그들과 사랑을 할테죠

 

나도 오늘 많은것들과 사랑을 해야겠습니다

이 아침의 바람과 여유를

연습실의 악보들

또 한낮의 건조한 더위를요

오이꽃들아 고맙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836 돌나물 물김치 2018.02.27 9
835 돌나물꽃 2019.05.07 11
834 동내산책 2019.09.05 16
833 동트는 풀장 2017.05.17 8
832 돼지 간 2018.09.27 8
831 된서리 2020.01.22 15
830 두껍아 두껍아1 2017.08.31 18
829 두달 2019.03.06 9
828 두번째 요가 클래스 2018.09.13 9
827 두통 2019.05.07 10
826 뒤척이던 밤이 지나고 2017.08.23 16
825 뒷뜰의 뽕나무 2017.04.04 10
824 뒷뜰의 새와 나 2017.06.07 12
823 뒷마당서 또 외치다 2019.05.30 11
822 뒷마당에서 외치다 2019.05.03 15
821 뒷마당의 아침1 2018.12.11 18
820 들깻잎 새싹 2017.03.03 47
819 등나무꽃1 2018.04.13 18
818 등신,바보,멍청이2 2017.06.16 119
817 따라쟁이 2018.10.03 6
이전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55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