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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두

관리자2025.06.19 10:17조회 수 520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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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두  


이 상국

​
나 고등학교 졸업하던 해
대학 보내 달라고 데모했다

먹을 줄 모르는 술에 취해
땅강아지처럼 진창에 나뒹굴기도 하고
사날씩 집에 안 들어오기도 했는데
아무도 아는 척을 안 해서 밥을 굶기로 했다

 

문을 걸어 잠그고 우물물만 
퍼 마시며 이삼일이 지났는데도
아버지는 여전히 논으로 가고
어머니는 밭 매러 가고 
형들도 모르는 척 해가 지면 저희끼리 
밥 먹고 불 끄고 자기만 했다

며칠이 지나고 이러다간 죽겠다 싶어
밤 되면 식구들이 잠든 걸 확인하고
몰래 울 밖 자두나무에 올라가 
자두를 따 먹었다

동네가 다 나서도 서울 가긴 
틀렸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렇게 
낮엔 굶고 밤으로는 자두로 배를 채웠다

내 딴엔 세상에 나와 처음 벌인 사투였는데
어느 날 밤 어머니가 문을 두드리며
빈속에 그렇게 날 것만 먹으면 탈난다고

몰래 누룽지를 넣어주던 날
나는 스스로 투쟁의 깃발을 내렸다

나 그때 성공했으면 뭐가 됐을까

자두야.

2025년 6월 19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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