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현(雨絃)환상곡
공 광규
빗줄기는 하늘에서
땅으로 이어진 현(絃)이어서
나뭇잎은 수만 개 건반이어서
바람은 손이 안 보이는 연주가여서
간판을 단 건물도 고양이도 웅크려
귀를 세웠는데 가끔 천공을 헤매며
흙 입술로 부는 휘파람 소리
화초들은 몸이 젖어서
아무데나 쓰러지고
수목들은 물웅덩이에
발을 담그고
비바람을 종교처럼 모시며
휘어지는데
오늘은 나도
종교 같은 분에게 젖어 있는데
이 몸에 우주가 헌정하는 우현환상곡.
- 출처/저자" 공광규" 시집
<말똥 한 덩이> 내용 중에서
2025년 6월 21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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