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이 정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출처/"저자 :"이정록"의 시집
              [의자](2006) 에서


  *. 똬리 : 둥글게 빙빙 틀어 놓은 것. 또는 그런 모양.

(머리에 물동이 일 때 받치는 도구도 같은 말)

2025년 6월 21일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