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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화삼 (조지훈) & 나그네(박목월)

관리자2025.06.29 14:22조회 수 54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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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화삼 

                        조지훈 

차운산 바위 위에 하늘은 멀어
산새가 구슬피 울음 운다
구름 흘러가는 물길은 칠백리 
나그네 긴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
이 밤 자면 저 마을에 꽃은 지리라
다정하고 한 많음도 병인 양하여
달빛 아래 고요히 흔들리며 가노니


나그네

                    

 박목월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이 두편의 시는 시인들, 선비들의 멋과 우정이 깃들어 있는 낭만적인 시입니다. 

1942년 봄, 연배가 약간 아래인 지훈은 경주에서 

금융조합 서기로 일하던 목월과의 첫 만남을 가졌습니다. 

그는 목월의 인격과 시문학에 대한 열정에 감동하여 

목월에 바치는 시 「완화삼」을 만들어 발표합니다.

「완화삼」은 꽃을 완상하는 선비의 적삼을 뜻하는 말로 

지훈은인격과 문학적 소양에 감격한 목월에게

일제 말기의 암흑과 같은 시대상을 한탄하면서

 나그네의 심정으로 달랠 길 없는 민족의 한을 노래하여 바칩니다.
이에 목월은 「나그네」를 발표하면서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놀이여”라는 

「완화삼」의 시구절을 부제로 달아 지훈에게 보냄으로써

 지훈의 헌시 「완화삼」에 화답합니다. 
「나그네」는 “우리나라 최고의 낭만시”라고 

격찬한 어느 논자의 평과 같이 향토적인 자연에 동화된 곱고 아름다운 작품으로

 향토색, 민요적 가락을 연상시키는 음악적 효과와 감각이

 잘 조화된 목월의 대표작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제3연의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에서 

처음에는 “팔백리”로 되어 있었는데 발표 당시 고쳐졌다고 합니다.

 작자의 “서러운 정서가 감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거리”가 

‘삼백리’라는 이유에서 라고 합니다. 

목월과 지훈은 박두진과 함께 정지용의 추천으로 문단에 데뷔하여 

시작에 정진하다가 1946년 시집 청록집을 공동으로 발간하면서 

이른바 청록파가 탄생하고 한국 시문단에 큰 족적을 남겼습니다. 
지훈의 대표작인 「승무」에서는 

승무의 동작과 분위기가 융합된 고전적인 경지를 노래하였고 

「고풍의상」에서는 전아한 한국의 여인상을 표현함으로써 

한국의 역사적 연면성을 의식하고 고전적인 미의 세계를 찬양한 내용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지훈은 전통적인 동양의 정서를 한국의 민족정서로 정립시키는

 훌륭한 성과를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 시집에 수록된 작품들은 광복 직전의 일제치하에서 쓰여진 것으로서

 시사적으로 중요한 의의가 있습니다.
목월은 향토적 서정을 바탕으로, 

지훈은 단아한 고전적 취미를 바탕으로, 

박두진은 기독교적 신앙에서 빚어진 의연하고 당당한 신념을 바탕으로,

 각각 한국인의 전통적인 삶의 의식을 일깨워 

일제말기 한국인의 정신적 동일성을 통합하려 하였고

 일제 말기의 단말마적 국어말살정책의 상황하에서 우리말로써 펴낸

 이 시집은 민족의 역사적 문화적 동질성을 드높인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할 것입니다. 

같은 길을 가면서 존경하는 선배에 대한 헌시와 사랑하는 후배에 대한 답시로서

 서로를 격려하고 우정을 평생토록 이어간 목월과 지훈의 이러한 멋과 여유는 

아집과 독단으로 점철되고 있는 이 혼란스런 세태에 

우리가 본받아야 할 고귀한 귀감이 아닐까요?  
 

 

 

2025년 6월 29일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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