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난 길
황 희순
누군가 만났을 때
비로소 소리가 된다
소나무를 만나면
솔바람 소리가 되고
무릎을 세우고 그 위에 얼굴을 묻은 여자
고흐의 그림 '슬픔'을 생각한다
내가 그토록 사랑한 '슬픔'이
어느새 내 슬픔이 되어 있다
풍경을 만나면
풍경 소리가 된다
큰 구멍을 만나면
큰 소리가 되고
작은 구멍을 만나면
작은 소리가 된다
아이가 찢고 나간 내 가슴은
바람이 없어도 소리가 난다
그 곳엔 아예 길이 나 있어
아버지도 그 길로 가고
친구도 그 길로 갔다
오는 길 없는, 피딱지 엉겨 붙은
내가 그린 그 길엔
바람 없이도 늘 소리가 난다
2025년 6월 29일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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