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의 이름으로
호수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호수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아침이다 아침은 부산하다 부산히 호수의 이름을 부르며 호수를 깨운다
호수가 깨어나면 늪과 대지와 강과 하늘이 깨어난다 바다가 용솟음친다 아침이 오기 전에는 묵직한 밤이 있었다
밤이 호수를 지키고 있었다 밤은 호수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호수의 이름을 부를 수 없었다 고요한 밤이기 때문이다
밤이 호수의 이름을 부르면 고요가 깨지기 때문이다 이름 없는 고요가 깨지면 호수의 이름이 깨지기 때문이다
호수가 깨지기 때문이다 고요한 밤은 부산한 아침이 호수의 이름을 부를 때까지 호수의 잠자리를 지켜야 한다
밤의 침묵은 사명이다 밤은 언제일지 모르나 언젠가는 오고야 말 아침이 올 때를 기다려야 한다
침묵으로 기다려야 한다 대지와 하늘과 바다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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