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한 세월 덤인가
석정헌
저녁 어스름 속을
허기처럼 스쳐지나와
공기는 휘어질 듯 하품을 하고
붉은 노을 속 가슴은
아직 맵다
황홀한 숲에 놀라
치켜든 양팔은
얼어붙은 듯 꿈쩍도 않고
더위는 아직 한창인데
성장통이 끝난 숲은
벌써 열매 끝을 튀우고
텃밭의 고추
불긋불긋 물이 들었다
시도 없이 내리는 소나기
번쩍이는 번개
늙은 상수리나무 가슴 둘레를 재고
작은 웅덩이
철이른 떠돌이 낙엽 위 소금쟁이
흙빛 물줄기에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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