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크, 발끈하는
배가 고프면 화가 난다
기다리는 줄의 뒤에 서면 짜증이 난다
휴대전화를 어디에 두었는지 모를때
인터넷이 느릴 때 성질이 난다
작업한 문서가 날라가면 열이 난다
가끔 진상짓을 하는 인간을 보거나
갑질하는 사람 뉴스를 들으면
끓어 오른다
화가 날 때
동공이 바뀌고
얼굴이 벌개지고
어깨가 들썩이면서
나는
리틀 헐크가 된다
배는 고픈데
휴대전화를 못 찾아
짜장면을 주문할 수 없을 때
시간은 없는데
인터넷은 느려터지고
작업한 문서가 날라갔을 때
누군가 새치기를 했을 때
난 세미 헐크가 된다
가끔 말인데
끈질긴 기도발은 먹히지 않고
양육강식이 골목길에서 우쭐거리고
사필귀정이 구석에 너부러졌을 때
나는 쫄쫄이 빤쓰만 빼고
난닝구든 핫바지든 빵꾸난 양말이든
힘들여 장만한 명품 구두든
갈갈이 찍어 발기는
헐크가 되고 싶다
대로변에서 난동 부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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