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창에서 바람소리를 듣다
신 경림
황량한 어린 날의 휘파람으로
바람 찬 강촌의 여울 물소리로
뉘우침이 되어서
아픔이 되어서
먼저 간 친구의 속삭임이 되어서
나뭇잎들을 데리고
모든 떨어지는 것들을 데리고
밤새 갯벌을 헤매다가
도심의 휘황한 불빛 속을 누비다가
어두운 골목을 서성이다가
미루나무 가지에 걸려 울다가
기웃이 불꺼진 창문을 들여다보다가
달빛에 몸을 드러냈다가
꿈이 되어서
속삭임이 되어서
하늘에 훨훨 새가 되어서
나뭇잎을 데리고
더 많은 사라지는 것들을 데리고
- 출처/ 신경림, 저자의 시집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창작과비평사, 1998)
2025년 7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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