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방정식
시공을 떠 도는 수 많은 숫자와 알지 못하는 수식들
옷깃이 스치든, 어깨를 부딪치든
그냥 잊혀질 무의미들
몇 십억분의 일의 확률일 망정
언젠가 일어날 일을 일어난다고
어느 날 갑자기
벼락이 대추나무 내려치듯
너와 나 사이에
“이퀄(=)”이란 다리가 놓였다
설익은 다리 양편 너머로
너와 나의 숫자와 수식이 진을 쳤다
탐색과 긴장이 팽팽하다
좌변과 우변으로 분리된 우리
저 다리 넘어
너와 내가 합쳐질 수 있을까
다리를 넘어
너에게로 가든
나에게로 오든
둘 중 하나는 격렬한 변이와 치환을 피할 수 없거늘
이퀄 너머로 이항(移項)을 하면
이쪽 덧셈이 저쪽 뺄셈으로
곱셈이 나눗셈으로
분모가 분수로 바뀌거든
무엇보다도 한쪽 변이
통 채로 “제로(0)”가
되어야 할지도 몰라
지금까지의 습성을 바꾸거나
익숙한 것들을 버리거나
쌓아 놓은 모든 걸 단념해야 한다는 뜻
그렇지 않다면 우리의 방정식은 참이 될 수 없지
결단을 요구하는 순간이 다가온 거다
벼락처럼
나,
이 순간
너를 바라보며
맹세하노니
내 인생을 통째로
괄호(括弧) 안에 집어 넣어
너의 세계로 이항하고 말테야
저 다리 훌쩍 넘어
너의 셈법에 맟추어
평생을 살아 갈 거야
나의 맹세는 증명된 정리
우리가 풀어낸
사랑의 방정식은 항상 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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