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잠화가 건낸 하얀 손수건
여름 저물 무렵
양털 구름처럼 걷다 보면
가슴 한 복판으로 쑤욱
향유 고래 솟구치듯
향긋한 내음이
들어오는 때가 있어요.
그럼 눈을 돌려
옥잠화를 찾아 보시길
아마도
풀 벌레들의 열정을 살짝 담은
나무 그늘 밑에
눈이 시도록
하얀 얼굴을 한 여인이
고개를 숙인 채
소슬 바람과 꿀벌의 중얼거림을
뜨개질하고 있을 거예요
경건히 무릎을 꿇어
그녀의 턱을 들어 눈을 맞추면
그녀는
왜 이제 왔냐며,
뜨개질하던 하얀 손수건을 그대에게
내밀 거예요
봄 여름 내내
수선화, 목련, 아카시아 향기를
씨줄 삼아
해당화와 치자꽃 향기를
날줄 삼아
바람과 벌의 힘으로
한땀 한땀 짜고 맨
순하디 순한
하얀 손수건
뒤 늦게 전해진
연인의 쪽 편지 같은
필시
손수건을 받아든 순간
그대는 휘청거릴 거예요
밀려오는
도취(陶醉)!
피할 수 없을껄요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