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나무 지다
8월의 문턱을 넘은 지 얼마되지 않은 날
옆집 앞마당의 벚나무에서 낙엽이 떨어지고 있었다
어디 아픈가, 가슴이 아팠다
그 날
한 여름의 열기를 피해
저녁 산책을 나가 보니
한 블럭 옆의 이웃집 벚나무 밑
푸른 잔디 위에
노란 낙엽들이 쌓여 있었다
의아한 마음이 들어 내친 김에
호수가까지 가 보니
여섯 무리 벚나무들 모두 잎을 떨구고 있었다
그제야 알았다
남들은
맘껏 푸르름을 뽐내고
오색 꽃 잔치를 벌리는 이 시절에
벚나무는
겨울의 찬 바람이 가시지 않은 초봄
눈부시게 꽃을 피우고
잎을 틔우는 만큼이나
여름 한창 때부터 가을을 예비하고 있다는 것을
벌써부터 매서운 겨울잠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이러듯 올해
지는 벚나무가 한소식 주었다
인생의 도리도 이와 다르지 않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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