末伏(말복)
홍 해리
드디어
눈이 맑아지고
감청에서 암록으로 다시
기름기가 걷히고 남는
백색 여운
한 시대도
徒長도장했던 이파리들도
무덥고 기인 밤이 지나면
제자리로 돌아오고
균형이 잡혀
이마에 와 부딪히는
물빛 바람빛 산빛 구름빛 살빛도
그물에 걸리지 않고
눈으로 가슴으로
햇살이 날아와 꽂힌다
번쩍이는 칼날
똑바로 떠라 똑바로
어쩔 수 없이 여름은 지나가고
하얀 뼈다귀
골목마다 가득히 쌓인다
하늘에 먼저 가을이 와서
구름장마다 가벼운 날개가 돋혀
어두운 우리들의 눈알을 모아
어딘가로 날아가 버린다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2025년 8월 8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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