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사랑의 꿈
지난 밤 꿈에
당신이 나타났어요
파란 대문에 서 있는 당신
하얀 얼굴, 붉은 입술, 강아지 눈을 하고서
수십년 전 보았던 모습 그대로
난 너무 기뻐서 당신에게
다가갔어요
애써 밀치지 않았기에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의 허리춤를 안고서
한참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았죠
수십년의 간격을 지켜보듯이 말이죠
용기를 내여 당신의 입술을 맟추려는 순간
눈이 번쩍 떠지고 말았어요
번쩍 뜬 눈은 갑자기 사라진 당신을 찾으며
두리번 거렸어요
파란 대문에 서있던 당신이 너무도 현실적이었기에
눈은 꿈을 구별하지 못 했던 거죠
눈치 없는 눈때문에
현실같은
꿈 속의 당신을 놓친
수십년 후의 나는
나의 눈을 원망했어요
아
그래선 아니되겠죠
애꿎은 눈을 원망해선 안 되죠
꿈 속의 당신도
수십년전 당신을 바라보았던 나의 눈동자가
당신을 기억했기 때문이 아닌가요
그 눈이 수십년 후 꿈 속으로 당신을 모셔왔잖아요
그 눈에 감사해야 해요
이젠
많이 어두어진 나의 귀에게
부탁하고 있어요
오늘 밤 수십년 전 당신의 목소리를 기억하는
어두운 귀가 오늘 밤 꿈에 다시
당신을 모시고 오기를
오래된 나무 벤치에서
나의 이름을 부르는 나지막한
당신의 속삭임을 듣고 싶어요
자음과 모음 분명하게
아
아니죠
사랑했다고
지금도 사랑하고 있다고
큰 소리로 외쳐주시길 바래요
아무리 크게 외쳐도
난 결코 깨어나지 않을거니까요
그 꿈 하나면 인생을 걸어도 무방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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