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방뇨
장만호
길모퉁이 그늘 진 나무
밑에서
개 한 마리 다리를 들어
세상에 서명하듯 흔적을
남긴다
문득,
급박한 내 몸의 사정을
참지 못해
건물 뒤편에 몰래 흘려보내
그날의 기억을 불러낸다
들켜버린 순간
얼굴은 불덩이가 되었고
사과는 정중했지만
바람은 이미 증인의 자리에
서 있었다
삶이란 어쩌면
이토록 사소한 방뇨의
흔적에서조차
겸손을 배우는 일
우린 다들
어느 길모퉁이에서든
한 번쯤은 급해진
존재들이니까
*장만호 시인*
1970년 전북 무주 출생
고려대 국어국문과 졸업
고려대 대학원 졸업
2001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수유리에서>가 당선, 등단
현재 국립 경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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