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의 땅거미
나 태주
차마 빗장도 지르지 못한
대문간을 지켜 불그레
꽃을 피운 능소화
종꽃부리의 우물 속으로
빠져드는 매미 울음
마당가 좁은 텃밭을 일궈
김장 채소 씨앗을 묻을
채비를 서두르는 아들은
나이보다 많이 늙었다
얘야, 시장할 텐데
연장이나 챙기고
밥이나 같이 먹자꾸나
저녁상을 차리는 어머니는
더 많이 늙었다
허리 숙인 담장
키 낮은 담장 너머
휘휘 휘휘 키가 큰
어둠이 기웃대는 여름이라도
늦여름의 땅거미
꽈리나무 꽈리 주머니
주먹 쥔 꽈리알 속으로
스며들어가서 또
하나의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황톳빛 노을.
2025년 8월 25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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