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상상하는 세상
누군가 물었다
어떤 세상을 상상하시나요?
저는 이불 속 세계를 상상합니다 라고 대답하자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벌거벗은 남과 녀를 연상했을 듯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연연생으로 태어난
형과 여동생과 이불 안에서 놀았다
때는 엄동설한
연탄으로 땐 아랫목에 이불이 깔려 있었고
그 위에 다시 무거운 솜이불이 있었다
높아 보이는 천장에서 불어오는 외풍은
항상 매서웠다
세남매는 솜 이불을 뒤집어 쓰고 상상 놀이를 했다
이불 밖에는
이마에 뿔이 달거나 턱에 혹이 달린 도깨비들이 돌아다니고
떡 하나 주면 안 잡아 먹지 하는 호랑이가 어슬렁거렸으며
장화인지 홍련인지 처녀 귀신들이
흐느끼며 서 있었다
우리들은 고사리손으로 안으로 빛이 새어들지 않도록
솜 이불의 가장 자리를 단속했고
모두 숨을 죽였다
이불 밖 세상이 아무리 무서워도
이불 속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야 하는
곳이었다
한 핏줄의 세남매는 유일한 생존자일 참이었다
깜깜하고 무더운 이불 안
숨을 죽이다 지친
세 남매가 낄낄 거리고 있는 동안
안방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희이잉 찬 바람 소리가 나고
저벅 저벅 다가오는 발자욱 소리
셋은 숨을 죽이고 꼼짝하지 않았다
네 이놈들 뭐하는 짓들이냐!
엄마가 이불을 확 재겼다.
세상이 온통 밝아졌다
세 남매는 까르르 웃으며 밖으로 뛰어 나갔다
온통 신화와 동화로 가득차고
우리가 항상 주인공인 세상
깔깔거릴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나는 꿈꾼다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