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 집을 짓게 하소서
교수 수필가 이어령
내가 살 집을 짓게 하소서
다만 숟가락 두 개만
놓을 수 있는 식탁 만한 집이면 족합니다.
밤중에는 별이 보이고
낮에는 구름이 보이는
구멍만한 창문이 있으면 족합니다.
비가 오면
작은 우산만한 지붕을
바람이 불면
외투자락만한 벽을
저녁에 돌아와
신발을 벗어 놓을 때
작은 댓돌 하나만 있으면 족합니다.
내가 살 집을 짓게 하소서
다만 당신을 맞이할 때 부끄럽지 않을 정갈한 집
한 채를 짓게 하소서
그리고 또 오래오래
당신이 머무실 수 있도록
작지만 흔들리지 않는
집을 짓게 하소서
기울지도 쓰러지지도
않는 집을 지진이 나도 흔들리지 않는 집을
내 영혼의 집을 짓게 하소서.
2025년 9월 1일 월요일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