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순간
전신 엑스레이를 찍었다
검은 바탕에 하얗게 드러나 실체
두개골과 목뼈와 갈비와 척추
다섯갰기 잔가지를 가진 사지와
상하체를 연결하는 골반뼈
엑스레이가 알려주었다
쭈글한 피부를 벗겨내고
땀과 피를 담았던 살과
힘줄과 근육을 발라내고
남은
칼슘덩어리들
앙상한
혼백이 있든 없든 상관 없지
언젠가 정신 줄마버 싹뚝 잘려나가면
잠시 이 세상에
남아 있을 유일한 나의 흔적들
흑백의 진실 앞에서
후다닥 겸손해지는 순간
엑스레이 사진 앞에서 다짐했다
앙상하든
엉성하든
상관 없이
뼈다귀 같은 말든
상관 없이, 실컷
시나 쓰다
까물어치듯 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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