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조건
온전히 가져야 한다는 욕망과
조금도 다쳐서는 안 된다는 강박증
사이를
뒷산 도깨비불처럼 오고가는 마음
불면의 밤
한 떨기 꽃이 피려면
가는 뿌리에 모든 땅을 내어주고
줄기에 만 가지 바람이 흔들리고
잎사귀엔 온갖 비가 고이고
봉오리마다 햇무리 달무리가 어른거리는데
그렇게
세상 천지가 숨죽이며 지켜보는 것인데
널 사랑하기 위해
어찌 모든 것을 주지 못 하랴
내 모든 것을 내려놓지 못 하랴
청명한 정오
오랜 이부자리 먼지 털듯
나의 욕망의 땀과 강박의 피를
훌훌 털어버리면
도깨비불은 꺼져버리고
온통
버려진 땅에 거름이 되고
메마른 하늘의 비와 구름이 되고
빛을 실어나르는 바람도 될 수 있을텐데
너의 자그마한 뒤뜰에
사랑이 꽃을 피울텐데
마침내 열매를 맺을텐데
너와 내가 애기도깨비처럼 살 수 있을텐데
]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