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가을)보고서
예고 없는 전쟁은 예보 없이 찾아왔다
침공은 하늘로부터 시작되었다
빨간 고추잠자라딜이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을 난사했다
놀란 구절초가 갈대 숲에서 숨을 죽이며 울었다
뒤늦게
아파트 옆 가로수와 화단에 풀벌레들이
요란하게 사이렌을 울렸다
산에는 불근 적색 경고등이 뜨고
들에는 보랑 주의판들이 깔렸다
벼들이 황급히 머리를 숙이고
감나무들은 빨간 비상식량을 들고
쩔쩔 매고 있었다
밤이 깊어서야 반격이 시작된 듯 했다
기러기들, 청둥오리들이 브이자 대형을 이루며 적진으로 출격했고
시골농가 섬돌로 후퇴했던 귀뚜라미들은
밤새 작전 계획을 모의했다
내일 아침이면 세상이 평화로울까
불안에 떠는 바람을 살랑 살랑 달래며
코스모스들이
잠을 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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