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밭
독서사자종화초
(讀書寫字種花草)
(글 읽고 글자 쓰며
꽃과 풀을 심고)
청우관운품주다
(聽雨觀雲品酒茶)
(빗소리 듣고 구름 보며
술과 차를 음미한다)
윗줄은 손이 하는 일이고,
아랫줄은 마음이 하는 일이다.
윗줄은 밭을 가는 삶이다.
아랫줄은 그 밭가에 앉아
쉬는 삶이다.
하나만으로는 온전하지 않다.
그냥 두면 잡초가 먼저 자란다.
욕심이 자라고, 조바심이 자라고,
남을 탓하는 마음이 자란다.
누가 씨를 뿌린 것도 아닌데
저절로 무성하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날마다
마음 밭을 갈았다.
마음에서 잊지도 말고
[심물망( 心勿忘)]
억지로 자라게 하지도 말라
[물조장야 勿助長也]
잊지 않는 것이 윗줄이다.
날마다 읽고 쓰고 심는 일.
억지로 자라게 하지 않는 것이
아랫줄이다.
비를 듣고 구름을 보고
차를 마시며 기다리는 일.
씨는 땅이 키우고, 땅은 비가 적시고
비는 구름이 데려온다
사람이 할 일은 갈고 심는
데까지다.
나머지는 하늘에 맡기고
한 걸음 물러앉는 것,
그것이 여유다.
아랫줄의 글자를 하나씩.
들여다본다.
들을 청(聽)은 그냥 듣는
것이 아니다.
저절로 들려오는 것은
문(聞)이고, 귀를 기울여
듣는 것이 청이다.
볼 관(觀)도 그냥
보는 것이 아니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견(見)이고,
오래 머물러 바라보는
것이 관이다.
맛볼 품(品)은 입 구(口)가
셋이다. 한 모금에
삼키지 않고, 세 번에
나누어 맛을 가늠한다는
뜻이다.
귀 기울이고, 오래 바라보고,
천천히 맛본다.
여유란 시간이 남아도는 것이
아니다.
같은 시간을 깊게 사는 것이다.
구름은 밀려온다. 막을 수 없다.
비가 올지 눈이 올지
내가 정할 수 없다.
걱정도 그렇고, 늙음도 그렇고,
뜻밖의 소식도 그렇다.
밀려오는 것들 앞에서
사람은 두 갈래로 선다.
하늘을 원망하며 우산을
찾아 뛰는 사람이 있고,
창가에 앉아 그 구름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
비는 둘에게 똑같이 내린다.
다른 것은 마음 밭의 깊이다.
비 오는 날엔
빗소리가 차의 벗이 된다.
눈 오는 날엔
하얀 마당이 차의 벗이 된다.
맑은 날엔
흘러가는 구름이 찻잔에
비친다.
날씨를 가리지 않는 차,
그것은 처지를 가리지
않는 마음이다.
중용(中庸)이 그린 군자,
어떤 자리에 놓여도
그 자리에서 스스로
편안한 사람이
바로 이런 사람일 것이다.
글을 읽어 씨를 심고,
붓을 들어 김을 매고,
꽃과 풀을 가꾸듯
마음을 가꾼다.
그리고 손을 놓는다.
빗소리를 듣는다.
구름을 본다.
차를 한 모금 머금는다.
갈 때는 부지런히 갈고,
쉴 때는 넉넉히 쉰다.
. ☆정리하여 옮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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