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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수
- 시인
- 1982년 도미
- 월간 한비 문학 신인상 수상
- 애틀랜타 문학회 전 회장

비 오는 날의 파전

석정헌2018.02.07 10:03조회 수 47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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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오는 날의 파전


                     석정헌


머언 고향의 안개 같은

아주 오래된 기억 같은

비가 내린다


희미해진 눈에

아롱거리는 고향은

자꾸 멀어 지는데

기억을 흔드는 구수한 냄새

아내가 부엌에서 달그락 거린다

구수한 파 익는 냄새

며칠전 부터 먹고 싶다고 주절거린

굴 넣은 파전을 부치는 모양이다

눈 앞에 떠 오르는 어머니

벌떡 일어나 부엌으로 내려 간다

화덕 위에 노릇노릇 구워진 파전

군데군데 섞인 굴

아직 덜 구워 졌다는

아내의 핀찬 들어가며

쭉 찢어 막걸리 한잔에

초장 찍어 입에 넣는다

짜릿하며 목젖을 적시는 막걸리

달콤한 파전의 맛은 그대로인데

가슴 적시는 안타까운 추억

고향은 점점 희미해지고

허전해진 몸과 마음은

당신 몸 젖어가며 우산 받혀주든 어머니

이즈러진 마음 온몸으로 받혀주든

어머니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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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 '오래된 기억 같은 비'

    근사하네요.

    추억을 소환하는 매체 중 비가 으뜸인 것 같아요.


    예전 굴 먹고 좔좔한 기억이 있어서

    수년간 통 먹어보질 못했는데

    식욕이 나네요.

    죽 드러누운 파란 파들 사이에 은색 굴이라...

    그림이 좋아요.

    막걸리 먹고 트림은 싫어도

    막걸리는 좋지요.

    덕분에

    추억에 젖었습니다.

  • 석정헌글쓴이
    2018.2.7 13:12 댓글추천 0비추천 0

    막걸리 몇잔에 더한 고향 생각 취하고 말았습니다

    오늘도 아침 부터 쏟아지네요

  • 비 오는 날과 부침개는 부부관계 같아요. 저도 엄마의 녹두 빈대떡이 그리워요. 글을 감상하며 상상으로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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