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임기정
- 중앙대 교육학과 졸업
- 2000년 도미
- 둘루스 거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영춘일기

keyjohn2018.02.28 19:08조회 수 469댓글 0

    • 글자 크기

그 집 앞 감나무가 그리 좋았다.

연두빛 잎이 세치쯤 자라면

상아색 꽃이 피고,

감꽃이 지고 난 그 집 뜰에서

주말이면 바베큐가 익어갔다.

먼데서 온 손주들의 웃음이

매케한 연기사이로

별처럼 흩어지곤 했지.


소리없이 음전한 웃음을 가진

안주인은

녹색으로 익어가기 전 감잎을 

쪄서 말린 감잎차로 우리를 홀렸다.


맛이나 향이랄 것도 없지만

밍밍한 입속 여운이,

안주인처럼 소리없이 향기없이

그저 무난했다.


바람이 스멀거리며 옷섶을 희롱하고  

햇빛이 노인시선처럼 아늑한 오늘.

마르고 앙상한 감나무를

작은 뜰에 심고 나니,


겨우 나무 한그룻 심고

뜰에 작은 우주를 옮긴 듯

우쭐하고 뿌듯한 심사를

숨길 수가 없다.



    • 글자 크기
매실 우요일

댓글 달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02 뒤로 걷기5 2018.05.26 494
101 고독3 2018.04.03 458
100 절식 2018.03.31 476
99 보라색 셔츠 2018.03.30 447
98 혀가 만드는 세상 2018.03.26 564
97 핸디맨 2018.03.24 585
96 속없는 아빠2 2018.03.21 417
95 무난한 하루2 2018.03.20 432
94 매실2 2018.03.18 469
영춘일기 2018.02.28 469
92 우요일4 2018.02.07 450
91 외숙모2 2018.02.06 447
90 전화기를 바꾸고4 2018.02.03 477
89 불청객 2018.01.31 401
88 계단 오르기1 2018.01.29 488
87 정현의 그린코트 2018.01.26 505
86 마이클 그리고 마이클3 2018.01.25 499
85 불면 2018.01.22 421
84 첫눈2 2018.01.19 486
83 독방4 2018.01.15 462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