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임기정
- 중앙대 교육학과 졸업
- 2000년 도미
- 둘루스 거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영춘일기

keyjohn2018.02.28 19:08조회 수 51댓글 0

    • 글자 크기

그 집 앞 감나무가 그리 좋았다.

연두빛 잎이 세치쯤 자라면

상아색 꽃이 피고,

감꽃이 지고 난 그 집 뜰에서

주말이면 바베큐가 익어갔다.

먼데서 온 손주들의 웃음이

매케한 연기사이로

별처럼 흩어지곤 했지.


소리없이 음전한 웃음을 가진

안주인은

녹색으로 익어가기 전 감잎을 

쪄서 말린 감잎차로 우리를 홀렸다.


맛이나 향이랄 것도 없지만

밍밍한 입속 여운이,

안주인처럼 소리없이 향기없이

그저 무난했다.


바람이 스멀거리며 옷섶을 희롱하고  

햇빛이 노인시선처럼 아늑한 오늘.

마르고 앙상한 감나무를

작은 뜰에 심고 나니,


겨우 나무 한그룻 심고

뜰에 작은 우주를 옮긴 듯

우쭐하고 뿌듯한 심사를

숨길 수가 없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62 1박 2일 2015.06.13 63
161 아름다운 간격 2017.09.02 104
160 불행이 줄지어 와도 2017.01.06 48
159 보라색 셔츠 2018.03.30 39
158 White 특수 2020.02.29 36
157 무기력한 오후 2018.06.23 45
156 절식 2018.03.31 46
155 당신이었군요1 2015.03.14 139
154 이웃집 여자1 2015.07.23 9596
153 고국여행 1 (해후)1 2017.11.07 42
152 안착1 2018.01.02 33
151 봉선화 연정1 2017.06.17 43
150 수치1 2017.04.12 47
149 뒷담화1 2017.09.18 49
148 Super Bowl 유감1 2017.02.09 54
147 진저리나는 사랑1 2018.08.22 63
146 유정1 2021.04.29 39
145 봄날에 생각하는 실존1 2015.06.26 104
144 블랙베리 과수원1 2017.07.18 88
143 계단 오르기1 2018.01.29 47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