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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희
-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연극영화과 졸업
- CBS 제1기 성우, TBC 제1기 성우
- 1996년 수필공원 초회추천
- 대한민국 연극제 여우주연상, 동아일보 연극상 여우주연상, 백상예술상 여우주연상 수상
- 연극, TV, 영화 연기자 협회 회원,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매일 편지를 쓰고 싶다/김복희

왕자2018.07.08 20:16조회 수 43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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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편지를 쓰고 싶다. /김복희


   남편은 내가 스텐드 조명 손질하는 것을 하늘나라에서 보았을까? 

남편 손으로 만들어 놓은 스텐드 스위치가 고장이 나서 전기를 끌 수가 없었다. 

할 수없이 프러그를 빼는 것으로 조명을 껐지만 서당개 삼년인 나를 실험하고 싶었다.

   남편은 손재주가 많아서 전기는 물론 온갖 기계 등을 잘 고치고 또 그런 일을 무척 좋아해서 내가 요구하는 것은 기대이상으로 만족하게 만들어주었었다.먼저 작은 공구 통에서 십자 드라이바와 벤치를 꺼내놓고

스텐드의 전기를 완전히 끈 것을 확인하고서 플러그를 분해해서 머리털 같은 전선을 가지런히 자르고 프라스 마이나스 갈라서 한쪽씩 손끝으로 배배꼬아 정리를 해놓았다.두 개의 나사를 한쪽씩 풀어서 따로 곱게 감고 다시 조였다.

내손으로 전기를 만지고 불이 들어오고 너무 자랑스럽다. 오늘도 남편에게 편지를 쓴다.

남자들이라면 초등학생도 할 수 있을 수준이다. 중학교 시절 학교서 배운 프라스 마이나스 전선이 붙으면 불이난다고 배우고 처음으로 벌벌 떨며 차분히 해본일이다. 내가 혼자가 되어 전기를 만지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한 일이다. 제법 홀로서기를 무난히 해나가고 있으니 생각해도 대견이하기 짝이 없다. 그동안도 좋은 것을 볼 때 맛있는 것을 먹을 때 내가 훌륭히 일을 처리 했을 때 마다 남편에게 자랑하고 싶어 남편에게 편지를 쓴다. 이젠 그만두어야지 하면서도 ...

떠 난지 6년이 되었다. “당신을 두고 어떻게 떠나나..” 마지막 병석에서 울며 힘들게 말하던 남편이 없어졌어도 나는 이렇게 혼자 씩씩하게 버티고 있다 .얼마 전 교회에서 예배마치고 돌아오던 길에 내가 배꽃이라 부르던 조지아의 그 유명한 흰 꽃이 흐드지게 피었다 ‘배꽃과 할미꽃’ 이라 제목을 부쳐 사진을찍어 저장만 해 놓았다. 나는 중학교 1학년 때 부터 사진 찍기를 좋아해서 어머니께 필름 값을 타면서 꾸중도 들었었다. 연애시절 영화감독을 꿈꾸던 청년은 배우 지망생인 나를 모델로 많은 사진을 찍었다. 감독이 되고는 다른 예쁜 배우들에게 나는 그만 밀려 났다. 그냥 아내 일 뿐으로 살았다. 향기 없는 꽃이지만 조지아의 아름다운 꽃은 매일 나를 취하게 만들었다. 며칠 지나면 저 꽃도 나 모양 볼품없이 늙어가겠지 ..

어느새 녹음 짙은 아틀란타의 뜨거운 한여름이다. 해 마다 이맘때면 우리교회 시니어 합창 발표회준비로 건강조심하며 컨디션 조절을 해야 한다 .몇 달 연습하고 행여 감기라도 걸려 노래를 망칠까 염려해서다. 60여명의 남녀 시니어 단원들이 매주 수요일 2시간씩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다. 9월마다 하는 큰 행사이다.이어서 금년에도 나의 제3회 가을맞이 시 낭송회가 이어진다.점점 겁이 난다. 금년은 명인의 시를 추려서 낭송할 것이다.

예전과 달리 나이 탓으로 입안이 마르고 발음도 새는 것 같지만 언제나처럼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할 것이다. 

그간 매년 찾아주신 고마운  분들에게 실망을 드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다. 

내게 가을이 몇 번이나 있으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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