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나와 동생들

송정희2018.07.20 08:52조회 수 9댓글 0

    • 글자 크기

나와 동생들

 

두살씩 터울인 나와 두 남동생

나와 막내는 할머니 할아버지 방에서 함께 잠을 자고

바로 밑의 동생은 엄마와 아버지 방에서 잠을 잤다

바른말 잘하고 하는짓이 아버지 닮아 싫어하신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래서 그 동생은 할머니방에서 자는 나와 막내를 부러워했고

나와 막내는 엄마방에서 자고 싶었었다

할머니방에서 자면 밤늦게 군것질거리가 생기기도 했다

난 할머니 품에서 막내는 할아버지품에서 잠을 잤다

할아버지의 불끄라는 소리와 함께 할머니는 호롱불 같은걸 끄시면

난 할머니의 건포도같은 젖꼭지를 만지며 잠이 든다

그 할머니 할아버지방은 낮엔 동네 경로당이 된다

동네 노인들이 모두 모여 화투를 치시고 음식도 드시고 막걸리도 드시고

재수좋은 날엔 화투판 벌어진 군용 카키색 담요를 걷으면 동전도 줍는다

그렇게 시글벅적하던 나의 집

한밤중엔 몇번씩이나 요강에 오줌을 누시던 할아버지

새벽이면 지나가는 오토바이와 자전거소리

그 소리에 잠이 깨곤 했지

그렇게 아침이 되면 마루에서 다함께 아침을 먹는다

철없는 막내는 제형에게 어제밤엔 또 뭘 먹었다며 자랑질을 하다가 할아버지에게 머리를

한대 쥐어박힌다

그당시 흑백사진 속에 우리 삼남매는 천사들처럼 웃고있다

우린 지금 모두 오십대에 살고있다

    • 글자 크기
저녁노래 (by 송정희) 오늘의 소확행(7.18)

댓글 달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나와 동생들 2018.07.20 9
455 오늘의 소확행(7.18) 2018.07.20 8
454 뜨거웠던 나에게 2018.07.20 5
453 어둠이 내리면 2018.07.19 4
452 새살짜리 나의 레몬 트리 2018.07.18 27
451 호박볶음 2018.07.18 4
450 오늘의 소확행(7.17) 2018.07.17 4
449 초복 2018.07.17 2
448 물결처럼1 2018.07.17 10
447 오늘의 소확행(7.16) 2018.07.17 8
446 행복한 장례식 2018.07.16 11
445 칠월에 부쳐 2018.07.16 4
444 달달한 꿈1 2018.07.16 7
443 빈뇨 2018.07.16 9
442 봉숭아꽃 2018.07.14 5
441 조울증 2018.07.14 7
440 뉴 훼이스 2018.07.14 6
439 오늘의 소확행(7월 11일) 2018.07.14 2
438 일기를 쓰며 2018.07.14 1
437 오늘의 소확행(7월9일) 2018.07.09 5
이전 1 ...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 55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