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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희
-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연극영화과 졸업
- CBS 제1기 성우, TBC 제1기 성우
- 1996년 수필공원 초회추천
- 대한민국 연극제 여우주연상, 동아일보 연극상 여우주연상, 백상예술상 여우주연상 수상
- 연극, TV, 영화 연기자 협회 회원,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철이 들었어요/김복희

왕자2018.11.03 12:50조회 수 73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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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이 들었어요 /김복희

팔이 부러져 수술한지 3개월이 되어온다.

꿈속에선 두 손을 다 쓰고 있지만 눈을 뜨면 오른팔이 무겁고 아리며 왼손잡이 신세가 되어있다. 7월 23일 사고 후 

부러진 팔이 너무 부어서 열흘 후에야 수술을 하였다. 이 나이 되도록 수술은 처음 이다. 다친 팔을 움직여보면 어깨 밑에 팔뚝이 위아래가 따로 움직이고 있다. 징그럽고 무서웠다.

8월2일 수술

가까운 지인들이 바쁜 시간을 내어 병원으로 찾아와 수술시간을 기도하며 함께 힘을 실어주었다. 구역 목사님과 전도사님도 병원까지 오셔서 기도해 주셨다. 대기실에 있는 외국인 환자들이나 그 가족들이 한국말로 하나님께 기도하시는 목사님 모습을 보며 나를 부러워했을 것이다. 겁쟁이지만 마음이 놓이며 하나님께 모두 맡기고 담담히 마취실로 밀려들어 갔다.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머리는 비닐모자 까지 쓰고 코엔 산소 호흡기를 달고 있으니 자꾸 6년 전 먼저 떠난 남편 얼굴이 떠오르며 서글퍼진다. 마취의사가 들어와 나를 안심 시키며 자기소개를 한다. 하필 그 순간 내게 전화가 걸려 왔다. 받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생의 마지막일수도 있는 전화 같아서 나는 손을 내밀었다. 아! 우리교회 목사님이시다. 왈칵 눈물이 솟는다. 목사님... 이 절묘한 순간에... 하나님의 음성으로 들리는 우리목사님의 기도를 눈물로 감사했다. 아멘....

두 시간이나 죽은 듯이 모르고 잤다.

수술을 마치고 당일로 퇴원해서 집에 오는데 멀리 사는 아들이 약간 흥분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가족들에게 일체 알리지를 않았기에 깜짝 놀랐다. 간병인이 걱정이 되어 나 모르게 아들에게 멧세지를 보낸 것이었다. 아무 일 없는 듯 전화를 받다가 그만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객지에서 가족도 없이 혼자 살다가 사고가 나서 생전 첨 수술까지 했으니 서러움을 참지 못하였고 아들에게 숨겨왔던 약한 에미 모습이 들통이 난 것이다.

수술 3개월 후 닥터를 오늘 처음으로 보았다. 엑스레이 결과로 수술성공이라고 기뻐한다. Dr, Dalal 는 정형외과 신경전문 의사다. 신경이 살아나려면 몇 달 혹은 몇 년이 걸릴 수 도 있다고 하며 인도인 같은데 내게 기도하라고 한다. 크리스찬인 것 같다. 얼마나 공부를 잘했으면 미국에서 이런 큰 병원 의사까지 되었나? 너무 훌륭해 보인다. 수술 한 달 후 닥터가 내게 ‘땡큐 카드’를 보내 왔었다. 나를 수술하게 되어 감사하다는 내용이다. 너무 놀랐다. 이럴 수가 ,,, 의례 적인 인사였을지도 모르지만 감동으로 그 닥터를 제일 훌륭한 의사로 존경하게 되었다.

수술직전 잠깐 본 후 석 달이 되니 기억이 없다. 얼굴에 털이 많았던 같았다. ...환히 웃으며 반갑게 악수하는 손을 왼손으로 잡으며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영어가 짧아 이런 내 마음을 이야기 할 수가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함께 다정하게 기념사진도 찍었다.

평생을 오른손만 사용하다가 몇 달 왼손잡이로 살고 있으니 불 펀 한 것은 이루 말 할 수가 없다. 밥을 먹으려면 왼손잡이로는 입을 찾기도 어려웠다 이젠 한 가지씩 숙달이 되어간다. 왼쪽 손을 사용하면 우뇌가 발달한다고 했던가? 여러 목사님과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많은 기도와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두 번 다시 걱정 끼칠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회복이 되면 아픈 사람에게 눈 돌리고 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봉사하며 살 것이다. 나는 다치고 나서야 철이 든 것이다. 명실 공히 8월2일 Dr, Dalal 이 나를 철든? 몸으로 만들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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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 야유회/김복희 3/26/19 첫경험/김복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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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Dr. Dalal 덕분에 영육간에 철이 드셨군요?ㅎㅎ

    그 인도의사 진정한 프로라는 생각이 드네요.

    몸 치료와 정신의 안정을 함께 도모하는 태도라든가

    치료 후 고개에게 카드라니...


    어쨋든 수술 후 엑스레이가 성공적인 결과라고 하니

    더욱 고마운 일이네요.


    큰일 치르셨으니 향후 10년은 '우환 뚝' 이라 여겨집니다.

    즐감!!!

  • 왕자글쓴이
    2018.11.3 16:53 댓글추천 0비추천 0

    '우환 뚝' 이면 좋겠어요 건강이 예전같지 않아요


    잘 쓰지도 못하는 글을 왼손가락으로 치니 너무 더뎌요 


    댓글 고마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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