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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희
-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연극영화과 졸업
- CBS 제1기 성우, TBC 제1기 성우
- 1996년 수필공원 초회추천
- 대한민국 연극제 여우주연상, 동아일보 연극상 여우주연상, 백상예술상 여우주연상 수상
- 연극, TV, 영화 연기자 협회 회원,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동문 야유회/김복희 3/26/19

왕자2019.03.26 10:23조회 수 4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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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문 야유회/김복희


  내가 2005년 여름에 아틀란타로 이민 와서 여러 한국 신문을 보게 되었다. 한인 동문회 주소록이 있는데 내가 졸업한 학교는 눈을 씻고 보아도 안 보인다. 신문사에 문의를 하니 올려주겠다며 내 전화번호를 묻는다. 무료라고 한다. 와! 미국이 좋구나 이런 혜택을 주다니 ..

그로부터 아주 가끔 낮선 목소리로 선배님이시냐고 몇 기생 누구라고 신고를 해올 때 마다 복권이 당첨 된 듯 반갑고 기쁘다. 미국에 온지 두 달 후 일단 신고한 두 후배들을 만나기로 하였다.

한국 같은 다방이 아니고 낯 선 제과점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시간이 되어오니 가슴이 두근거리며 이역만리에서 동문을 만나다는것이 마치 이산가족을 만나는 기분이라 할까 안전부절 편히 앉아있지를 못하겠다. 시간이 되자 멋쟁이여인이 들어선다. 나는 반가워 손을 약간 들었다. 그러나 아니다 우리 동문이 저렇게 세련되고 멋쟁이는 아닐 것 같다. 두 여인이 또 들어와 두리번 거린다. 나는 반쯤 일어나 손을 들어 보인다. 아니다 어째 서울 여자들 같지 않다. 뒤이어 키가 작은 두 여인이 웃으며 들어서는데 맞다. 틀림없는 동문으로 보인다. 화려하지도 미인도 아닌데 영리해 보인다. 그들 모습에서 우리학교가 보인다.핏줄처럼 곧 알아봤다. 14년 전인데 아직도 그 장면을 뚜렷하게 기억한다. 한두 명씩 모이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거의 30여명이 된다. 선배님들도 서너명 계시다. 선배님들은 전쟁통에도 교육열이 대단하여 의사로 교수로 여성 선구자로 활약 하셨다.

임원은 2년씩 돌아가며 맡아서 앞장서 이끌어 나가야한다.

비교적 늦게 이민 온 내가 왠일로 행사가 더러 있어서 실제로 동문회의 도움을 나만 받고 있는 것 같다. 선배가 초대를 하니 반듯이 참석해주며 응원을 아끼지 않는다. 같은 교회에 나오는 후배 Y는 매주 어찌나 선배에게 살틀한지 성도들은 그 학교가 도대체 어느 학교인가? 라며 놀리기도 한다.

연예인의 서열만큼 선배를 하늘로 생각하는 우리 학교의 전통을 나는 자랑하기 바쁘다.

올 3월은 야유회로 Botanical Garden에 다녀왔다.

선배님들은 한분도 못 오시고 내가 고참 선배로 참석을 하였다.

일요일의 다운타운은 주차가 보통문제가 아니다. Y의 남편이 자랑스런 ‘수도’의 사위로서 솔선 운전을 해주었는데 주차장이 마땅치 않아 여기저기 찾다가 파크 멀리 떨어진 곳에 차를 세우고 꽤 걸었다. 이젠 후배들이 나를 부축해서 걷는다. 이민 오기 전 서울 동문 산악회에서는 앞장을 섰던 내가 이게 왠일인가? 이젠 정말 늙었다.

가든에 도착하니 효심 가득한 후배들이 휠체어를 마련하여 나를 밀고 다닌다. 만발한 아름다운 꽃보다 더 아름다운 나의 후배들이여 ..

교대로 나를 밀며 실내 식물원 까지 샅샅히 구경시키는 그대들이여

후세에는 내가 후배로 태어나 그대들을 선배로 깍듯이 모시고 싶습니다. 후배들도 평균나이 70들이다. 휠체어에 앉은 단체사진이 내가 너무 행복해 보여서 미안하다. 고마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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