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뉴브강 유람선에서-/김복희

  서울에서 대학 선배님들과 매년 여행을 다니는 여행모임이 있었다.

나는 미국 이민 오기 전까지 모임의 총무로서 은행 적금 들고

여행을 기획하고 무사히 다녀오기를 십 여 년 간 이어왔다.

매달 12일이면 교대입구 법원 앞 ‘대원’이라는 한정식 식당에서

모였다. 문 앞에 그날 모임 이름을 써 부치는데 어김없이 ‘예술대학’이라는

낯익은 글씨가 우리를 반긴다. 선배님들은 나이가 비슷하고 전공은 문예창작과 3명

음악과 1명 연극과 1명 그리고 나의 동기 3명이 있다. 그중엔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한국미술관 관장도 있었는데 흥남여고를 졸업하고 한국 전쟁 시 흥남부두에서 그 유명한 흥남철수 배를 타고 남하한 분이다. 그때 비참한 광경을 자주 얘기하였었다. 모임 중엔 가장 머리가 뛰어나고 동문이 모두 존경하는 인격자이다.

여행을 다녀오면 또 어디로 갈 거냐? 는 언니들의 성화에 다음은 동유럽여행을 기획한다고 하니 모두 너무 기뻐하며 특히 미술관장 언니는 그해가 칠순이니 ’부다패스트'가서 깜짝 놀랄 칠순잔치를 하겠다고 하며 모두 예쁜 옷을 갖고 가라고 하였다. 선배들은 대단한 멋쟁이들인데 얼마나 더 멋을 부릴까 기대가 된다.

유람선 1층을 빌려 노래와 춤과 멋진 식사로 파티를 했었다. 나는 그 언니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흥남 부두의 철수 마지막 배를 타고 와서 고생 하며 성공한 생각을 하며 감회가 깊었을 것이다. 

제일 건강했던 선배님은 2년전 타계하였다.

  그때 그곳은 얼마 전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유람선 참사가 있었던 곳이다.

이제 다뉴브 강은 슬픈 기억만으로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