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추억

송정희2019.11.29 09:52조회 수 12댓글 0

    • 글자 크기

추억

 

먼 나무숲이 훵해졌다

붙어있는 몇 안되는 나뭇잎 사이로 가을이 깊어간다

마법처럼 조금씩 파래지던 봄의 잎들

짱짱하게 푸르렀던 여름의 나무들

형언할 수 없는 색으로 날 어지럽히던 가을의 숲

왠지 눈이라도 올것같은 날씨다,오늘은

 

이때쯤이면 떠오르는 한국의 김장철

어릴적 대식구였던 우리집은 배추를 두접씩 김장을 하곤했다

한접이 백포기

두접이면 이백포기였다

어머무시한 양의 배추를 절여 씻고 속을 채워

큰 김장독에 담으시던 동네분들

그날은 자장면과 탕수육을 먹는날이었다

 

무뚝뚝하신 아버지가 일년에 한번 동네 아주머니들께 멋지게 쏘시는 날

동네 중국집에서 철가방이 너댓번 와야만 다 도착했던 음식들

막걸리도 한잔씩 하시며 얼굴이 벌개 가지고 배추를 버무리시며

노래도 한마디씩 하시는 동네잔치였다

나와 동생둘은 잡다한 심부름을 하며 용돈도 벌었다

오후 늦어서야 김장이 끝나고 온 집안엔 마늘과 생강냄새로 매케했다

배추 부스러기를 양념에 버무린 막김치를 좋아했던 나는

일주일은 그 맛있는 막김치로 행복했었다

그 막김치를 남비에 깍고 들기름을 넣고 밥을 볶아 먹으면 정말 맛있었다

큰올케가 이젠 배추 이십포기만 해도 된다고 하니 그 어릴적 김장하는 날도

추억이 되었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096 어머니와 커피2 2017.04.30 1382
1095 하루의 끝 2018.04.13 531
1094 어느 노부부 (3) 2016.10.10 200
1093 잎꽂이 2018.08.27 163
1092 선물 2019.07.18 158
1091 약속들 2017.04.05 153
1090 조용한 오전 2020.02.01 132
1089 등신,바보,멍청이2 2017.06.16 119
1088 1 2017.01.07 116
1087 부정맥 (4) 2016.10.10 103
1086 세월 2016.11.01 100
1085 정월을 보내며1 2020.01.30 97
1084 3단짜리 조립식 책장1 2017.02.08 89
1083 새벽비 2017.02.15 87
1082 혼돈은 아직 해석되지 않은 질서 2019.02.16 86
1081 작은 오븐 2017.02.12 84
1080 세상에 없는것 세가지 2020.03.11 81
1079 브라질리안 넛 2017.06.07 81
1078 애팔레치안 츄레일 첫째날 2016.11.08 77
1077 땅콩국수 2016.10.27 73
이전 1 2 3 4 5 6 7 8 9 10... 55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