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달의 전쟁

송정희2020.01.17 08:49조회 수 13댓글 0

    • 글자 크기

달의 전쟁

 

아이들이 어릴때 여름이면 남편의 휴가에 맞춰 바닷가로 휴가여행을

떠나곤했다

그해도 어느 한적한 동해안 작은포구의 캠프장으로 바리바리 물건은

챙겨 떠났었다

그때 큰딸아이는 초등학생,둘째 딸은 유치원생,아들 주환이는 아마도

서너살 때였나보다

실컷 놀고 저녁밥을 먹고 난 다음 텐트앞에 옹기종기 앉아 있다가

아들이 어딘가를 가리키며 하는 말 ,"달이다"

그건 진짜 달이 아니고 곳곳에 켜지기 시작하는 가로등이었다

막 말이 많아지고 어휘량이 늘기 시작하는 아들눈에는 그 동그란 불빛이

달처럼 보였나보다

그때 큰애와 둘째가 배꼽을 쥐고 웃으며 바보라 놀리고 또 놀림을 받은

아들은 울고. 그렇게 그날밤 달의 전쟁을 겪었다

그렇게 아이들은 어른이 되고 아들에겐 천번정도의 달이 차고 기울며

더이상 가로등이 달이 되지 않았지만

오늘 새벽 산책길에 멀리있는 가로등불빛 위에 걸려있는 달

가끔은 살면서 수없이 많은 가로등이 내겐 달이 되었었다

낯달이 히끄므리 날 보고 있어도 우린 더이상 추억속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산책을 마치고 오는 길에 어느새 가로등은 다 꺼지고

가로등빛도 달빛도 없는 하늘에 해가 떠오르고 막 떠오르기 시작하는 해는

 높이 있는 구름들을 물들여 핏물을 토해내는 사골곰국같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096 7월 문학회 월례회를 마치고4 2019.07.14 31
1095 감사합니다4 2019.12.30 41
1094 날 이기는 에보니3 2017.06.15 23
1093 오늘의 소확행(4월19일)3 2020.04.19 51
1092 8월 문학회월례회를 마치고3 2019.08.11 30
1091 부추씨앗3 2017.03.24 14
1090 역전앞 지하다방에서3 2020.02.24 25
1089 6월 문학회 모임(이천 일십 칠년)3 2017.06.13 72
1088 나의 사라는(동생에게 바치는 시)3 2017.04.08 19
1087 비의 콘서트3 2020.02.05 28
1086 에스페란토2 2017.08.24 17
1085 가을이 오는 소리2 2017.08.09 33
1084 싱숭생숭2 2020.02.06 24
1083 치과에서2 2016.10.20 24
1082 등신,바보,멍청이2 2017.06.16 119
1081 문학회 모임 (오월 이천일십칠년)2 2017.05.08 25
1080 허리통증2 2018.09.06 9
1079 막내2 2018.03.18 11
1078 9월을 보내며2 2019.09.26 17
1077 김 쌤 힘드셨죠2 2018.10.02 13
이전 1 2 3 4 5 6 7 8 9 10... 55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