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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요한
- 충남 청양 출신
- 1996년 도미
- 한인청소년센터 (전)회장
- 조지아대한체육회 (전) 회장
- 민주평통자문위원 (노무현, 박근혜, 문재인, 윤석렬정부)
- 미동남부충청향우회 회장
- 2023년 애틀란타 문학회 회장

아버님의 마지막 대변

칠갑산2020.08.30 15:17조회 수 51추천 수 1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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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날을 맞이하며 20년전 아버님의 별세 전날 아주 죄송스러웠던 일이 있어서

고백성사하는 심정으로 이 글을 씁니다.

저는 미국에 이민와서 5년간 아버님과 함께 살았습니다.

중풍이 있으셔서 4년동안은 지팡이를 잡고 부축을 받으며 집안에서 겨우 거동을 하셨고

외출하실때는 휠체어를 타셨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1년간은 거의 침대에 누워 계셨었습니다.

다행히 어머님이 건강하셔서 아버님을 주로 돌보셨고 저는 며칠에 한번씩 목욕시켜 드리는 일을 담당했습니다.

저의 부모님께서는 팔남매를 두셨는데 이곳에 6남매가 살고 있어 자식들이 각자 자주 찾아 뵙고 잘 보살펴 드렸습니다.

제가 아버님께 큰 잘못을 한것은 돌아 가시기 전날 퇴근하고 아버님방문을 열고 "잘 다녀 왔습니다."라고 인사드렸을 때입니다.

순간 냄새가 살짝 나는게 아버님께서는 시치미를 뚝떼고 계셨지만 분명 큰 일을 보신것을 저는 알았습니다.

어머님은 어느 자식이 모시고 외출하였는지 안 보이셨지만 아버님의 저녁시간이 되어 곧 오실것은 예상했습니다.

저는 그즈음 사회봉사한다고 밖으로 자주 돌아 다닐때인데 그날도 모임이 있어서 바로 나가야할 시간이었습니다.

순간적으로 고민이 생겼습니다. 아버님의 대변처리를 해드리고 늦게 참석해야 하는가를 결정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아버님한테는 제 양심이 찔렸지만 어머님이 곧 오시겠지하며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을 나섰습니다.

모임이 끝나고 늦게 집에 와서 살그머니 아버님방문을 열었더니 다행히 냄새도 안나고 두분이 조용히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점심에 막내누님내외가 생선회를 사다 드려 맛있게 드셨고 제가 퇴근하고 집에 도착했더니 곁에 있던 어머님도

모르게 조용히 숨을 막 거두셨습니다.

저의 아버님은 1920년생으로 대한민국 격동의 세월을 몸소 겪으신 분이십니다.

일제시대에는 어머님과 어린 자녀들을 뒤로 하고 일본 큐슈의 탄광으로 끌려가 몇년간 힘든 징용생활도 하셨습니다.

또 한국전쟁때는 식솔들을 마차에 싣고 충청도 칠갑산고향에서 전라남도까지 피란갔다가 인민군이 오히려 앞서 가기에

다시 고향으로 되돌아 오시기도 했습니다.

저는 아버님의 마지막 대변을 치워 드리지 못한 죄스러움을 그동안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뒤 제가 모시고 있던 어머님이 90세에 낙상하셔서 4개월을 누워 계시다 돌아 가셨습니다.

"어머님. 대변보셨으면 미안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크게 말씀해 주세요."

저는 아버님께 보속하는 마음으로 앙상하게 야윈 어머님을 나름대로 정성껏 모셨습니다.

다행히 어머님은 6남매자식내외가 지켜 보는 가운데 편안히 임종하셨고 한인공원묘지에 계신 아버님곁으로 가셨습니다.

지금 천국에 올라 저를 지켜 보고 계실 아버님께 외칩니다.

"아버님. 그때 정말 죄송했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제 마음속에 항상 머물고 계신 부모님이시지만 여전히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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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그리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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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진솔하게 고백하신 글 잘 읽었습니다.

    누구나 부모에 대한 아쉬운 섬(?) 

    하나씩  갖고 있지 않을까요

  • 칠갑산글쓴이
    2020.9.1 19:19 댓글추천 0비추천 0

    강화식시인님.

    격려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의 글을 읽고 막내누님이 답장을 보내 온걸 올려 드리겠습니다.


    아 그랬구나.

    그 다음날 돌아 가셨지.

    돌아 가신날 방청소도 해드리고 아버지 손발톱을 깎아 드렸는데 오른 손톱에 대변이 

    끼어 있어서 깎기를 망설이다가 안 깎아 드리고 와서 마음에 걸렸었단다.

    좋아 하시는 포도주와 회를 아주 잘 잡수셔서 기분은 좋았지만 이렇게 살아 오는 동안 

    그 대변낀 손톱으로 하늘나라로 가신게 너무 마음이 아팠지.

    동생아. 부모님께 잘해 드려서 정말 고맙다.

    남들처럼 요양원에서 지내시다 가셨다면 마음이 아팠을텐데 그래도 아들집에서 사시다 

    가셨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수고많이 했다. 나중에 부모님이계신 천국에 가서 어릴적 시골에서 그랬듯이 온 가족이 

    함께 오손도손 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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