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임기정
- 중앙대 교육학과 졸업
- 2000년 도미
- 둘루스 거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그녀의 안테나

keyjohn2021.05.06 16:25조회 수 114댓글 3

    • 글자 크기

한밤중 화장실가는 것이 싫어

해설피부터 물기를 끊는데,

오늘 궂은 비에 속을 끓여

커피로 밖에 다스릴 수가 없었다.

 

밤중 부풀어 오르는 저질 방광을 탓하며 

구렁이 허물 벗듯 이불을 빠져 나오는데,

'다 늦게 커피 마시지 말랬지'

귀신보다 영험한 목소리가 

침대 저편에서 들린다.


구렁이가 아니라 용을 써도 

그녀의 안테나를 벗어날  수 없다.


내 회식 메뉴도 알아내고

SNS로 내통한 내 모임 

취소소식도 알고 있는 첩자.


첩자를 일찍 잃고

제사날 훌쩍 거리던 친구를 생각하며,

첩자의 안테나에서 어설픈 탐정놀이나마

행운으로 여기며 살고 있다.



*글쓴이 노트

이제는 확실하다.

내가 그녀보다 사교와 경제관념과 삶의 통찰에서

열등하다는 사실이.


부부모임에서 

그녀의 주제가  더 관심을 끌며,

급한 돈을 나보다 더 많이 쉽게 구해 왔고,

내 쪽 일가들 조차 

나보다 그녀의 결정을 더 지지하는 것을 보면.


그녀가 당뇨를 극복하고

나보다 장수하기를 바라는 마음뿐!

이 또한 내 이기심의 발로려니.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댓글 3
  • 강산이 몇 번 바뀌었는데 불구하고 그녀라 통칭할 수 있는

    감성에 박수를 보냅니다.

    시에 유머가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제목, 첩자를 위햐여 를 그녀의 안테나... 로 하면 독자로 하여금 궁금증을 나탸내지 않을까요?(오로지 제 생각)

    오랜만에 웃으면서 시를 읽었습니다.


  • keyjohn글쓴이
    2021.5.7 15:59 댓글추천 0비추천 0

    아내없이 할 수 있는 것들이 나날이 줄어드는 것을 느낍니다.


    아내없는 남편은 단명하고

    남편없는 아내는 장수한다는 논문 내용이

    불편하지만 공감합니다.


    '그녀의 안테나'로 제목을 바꾸니 ,

    내용전개가  애초 원하던 대로 전개되는

    마술을 체험했습니다.


    적지않은 사람들이 선배님 문학의 성벽에

    기대고 비벼대서  번거로울텐데, 

    한결같이 그 자리에서 가르침과 영감을 자극해주어

    감사 또 감사!!



  • keyjohn님께

    나이가 들수록

    아내의 역할을

    더 받들어주시는 

    아름다운 시

    잘 감상합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202 미역국16 2022.01.23 60
201 처음 뵙겠습니다15 2022.01.24 60
200 가랭이 별곡15 2022.02.06 73
199 별이 빛나는 밤에15 2022.01.19 59
198 옆 집 피식이14 2022.03.13 43
197 멀어져야 보이는 것14 2022.02.04 77
196 思友13 2022.01.06 57
195 여름 편지13 2022.07.21 103
194 '안톤슈낙' 을 슬프게 했던 것들11 2020.02.06 104
193 남쪽으로 가는 기차11 2021.12.29 59
192 애틀랜타 별곡(1)10 2022.06.05 57
191 손님10 2016.07.11 86
190 비행기 안에서9 2022.01.09 46
189 홍등9 2020.08.29 69
188 메사추세츠9 2017.06.12 74
187 낮잠9 2022.04.10 84
186 결 혼9 2021.11.30 84
185 거룩한 일과8 2022.06.09 37
184 God blessed me8 2022.03.03 31
183 제로섬8 2021.12.18 56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