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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정
- 중앙대 교육학과 졸업
- 2000년 도미
- 둘루스 거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책을 많이 읽지 않으리

keyjohn2021.09.27 09:33조회 수 45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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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우정은 신뢰와 의리로 만들어진 성채지만

책 밖의 우정은  장난감처럼 가볍고

가난한 조연배우의 느닷없는 연기처럼 불성실하다.


책 속의 사랑은 영원하고 아름다운 트로피지만

책 밖의 사랑은 고아원 식탁처럼 누추하고

아이들의 인내처럼 짧고

시골교회의 저녁처럼 쓸쓸하다.


책 속의 가을은 서정과 결실로 

엮인 벨벳무대지만

책 밖의 가을은 세월을 견디는 노쇠한 말들의 행렬처럼

고단하기만 하다.


책을 많이 읽지 않으리.



*글쓴이 노트


책을 신뢰하고 가까이 하던 젊었던 내가 그립다.

가을이 되니 책을 가까이 해야하는 압박이 온다.

책속의 금과옥조를 걸러내고

내 맘속의 느낌을 포장없이 글로 옮기는 시절이 

오기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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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 인도에서는 

    노인 하나 죽으면 도서실 하나 사라진다고 하던데

    노인은 고물이 아니라 살아있는 고전입니다 


    "책을 많이 읽지 않으리"

    책속의 우정,사랑, 가을 

    교과서에 갇힌  추상명사에서 사람냄새 물씬 나는 

    책 밖에 동사들이 득실거리는 곳으로.나오라는 

    메시지로 받아드리고 싶은,

    역설적이고 반항아적인 것 같으나 

    신선하고 교과서 밖에 걸어다니는  시 한편 가슴에 품고 갑니다





  • 제목을 보고 놀랐어요

    '책을 많이 읽지 않으리'

    뭔 큰 충격을 받았나 했지요.

    미사여구로 가득한 책

    책 밖에서의 조그마한 선행

    하나에 비할까.

    그래도 책은 읽읍시다.

    '알면 행동으로 옮겨라'

    교훈 주심 감사합니다.

    가을을 즐깁시다.

    그래도 세상은 살만해요.


  • keyjohn글쓴이
    2021.9.27 11:29 댓글추천 0비추천 0

    부정적인 몇개의 단편적인 관찰을 일반화하는 오류를 범했네요.

    신실한 우정도, 지고지순한 사랑도 세상의 일부인데...

    적어도  예술 소재는 삶의 어두운 면들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에서

    영향을 많이 받은 듯 합니다. 


    푸념같은 글에 귀한 댓글 감사합니다.

  • 현실과는 너무도 먼 것 같은 다만 머리 속에 맴도는 언어의 유희가 아닐까하여

    글쓰기가 점점 망설여지는 요즘 임선생님의 따끔한 시 한편이 툭 마음을

    치고 갑니다.

    밤 새워 책을 읽으며 가슴 뛰던 시절이 너무도 멀리 보입니다.

  • 이설윤님께
    keyjohn글쓴이
    2021.9.30 18:25 댓글추천 0비추천 0

    공감입니다.

    사교에서 다변 후 엄습하는 허무처럼,

    글쓰고도 비슷한 경험을 하곤합니다.


    몇줄의 글에서

    설윤님 안부와 문학적 고뇌랑 느낄 수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 공학이나 기계학에는 정답이 있지만 인생을 말하자면

    책에도 정답이 없고 삶 속에도 정답은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읽어야 하고 살아내야 하고 그러다 마감하는게 아닌가요.

    약간의 미완성 상태로.....

    오늘은 짧은 현재의 시간을 버리고 긴 과거와 미래의 시간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글이 주는 느낌에 감사를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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