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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안 - 애틀랜타 문학회 회장 |
할아버지
2021.11.20 18:01
할아버지
조동안
톡 토닥 토닥토닥
톡 토닥 토닥토닥
어머니의 다딤질 소리 들리더니
풀 잘 먹인 이부자리 호청에
할아버지와 함께 누운 자리
까칠한 수염에 뭍어 나는 할아버지 냄새에
부드럽고 매끈한 감촉에 빠지며
긴 꿈의 자리로 숨어든다
그 높은 낭떠러지에서
떨어져도 떨어져도
끝없이 떨어지는 꿈에서
잠시 활홀한 순간 느끼는 불쾌감
하얀 캔버스에 잘 그려진 작은 지도
엄마의 눈총 피해 할아버지 뒤에 숨으니
'이제 겨우 제주도 하나 그렸구나
우리나라 지도에 세계지도까지
그리려면 아직 멀었구나
혼내지말고 내둬라 아가야'
든든했던 우리 할아버지
조금만 기다리세요.
저도 제 손자에게
작은 꿈 하나 심어주고
할아버지 찾아 뵐께요.
댓글 8
-
사람을 기다리는 것보다 더 흥분되는 기다림이죠.
맞을 준비는 되었으니, 기다리기만 하면 되겠죠.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자손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것이겠죠. ㅎㅎ 감사합니다. 총무님
-
회장님!
저도 할아버지와 12년 Roommate로
지냈는데 아버지보대 할아버지가
더 그립답니다.
무조건 제 편이셨거든요.
60년 전으로 돌아 갔다 왔습니다.
건승하십시오!!!
-
돌아가시기 전에 동내 구경을 하시고 싶다고 해서 등에 없고 주변을 돌아 다닌 적이 있죠. 아무 말씀도 없이 내 등에 없히셔서 할아버지의 기억 속에 흔적들을 돌아보던 때가 생각나네요. 감사합니다. 종우 선생님
-
남자들의 순수한 정에 푹 젖어 봅니다.
남아선호 사상이 짙은 때라 여자들은 할아버지와
같이 있는 적이 드믑니다.
할아버지의 품은 늘 남자 아이들이 독차지 했으니까요.
할머니 역시 손주가 먼저 손녀들은 심부름이나 열심히 했습니다.
그래도 그 시절이 그리워지는 건 늙었다는 얘기겠죠
눈으로 옛날을 볼 수 있게 해준 글 잘 읽었습니다.
-
세상은 많이 바뀌고 있었던 것 같아요. 저희 아버지는 우리 딸을 많이 이뻐하셨죠. 저희 어머니는 여전히 저희 아들을 이뻐하셨지만요.
그런데, 점점 나이가 들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착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손주든 손녀든 모두가 귀하겠죠. 요즘은 딸선호가 많아요...ㅎㅎㅎ
-
Atlanta 문학회 회장님!
감사합니다.
7개월만에 들어 보는
'종우 선생'
이왕 말이 나왔으니 청합니다.
'종우님'이라 불러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것도 과합니다만---
-
네, 종우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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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의 오래 전 소박한 이야기가 대하드라마처럼 벅차게 다가 오네요.
지도 그리던 3대만 남아 선 2대를 추억하고 그리워하는 섭리가,
소년이 애비가 되고 할배가 되어가는 순리가 눈물겹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린 아이들이 눈에 밟히는 걸 보면
할배 될 준비가 되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