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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정
- 중앙대 교육학과 졸업
- 2000년 도미
- 둘루스 거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결 혼

keyjohn2021.11.30 07:54조회 수 84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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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을 위해서

정열을 준비하고

웃음을 연습하고

눈물을 아꼈는지 모른다.


한 사람과 작은 역사를 만들었지.

로맨스 한 줄,

전쟁 한 줄,

가끔은 배신과 음모의 장막 뒤에 칼을 숨기고

‘함께’ 하는 순간에도

냉정한 ‘이별’의 꿈을 꾸웠음을기억한다.


컴퓨터를 켜고 끄는 일처럼 사소함 속에서

우리는 맥없는 손목으로

그녀를 위해 혹은 그를 위해서

위로의 등을 켜고 걷는다.


푸석 푸석해진 그 사람의 등을 긁으며

한 움큼 연민의 바셀린을 나눠 바르고

늙어 가는 중이다.


*글쓴이 노트

주말 문우님 자제 혼사 이후 '결혼'이 머리 속에서 문신처럼 멤돈다.

막 시작하는 푸르디 푸른 커플에게 죄스러운 졸필이니 우리 끼리만 쉿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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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기 연극이 끝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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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
  • 두 개의 다른 세상이 피할 수 없는 충격을 예견하며 서로 만나는 것.....

    결혼에 대한 정의가 굉장히 많지만 저는 에밀졸라의 말이 제일 실감 나는 것 같습니다.

    연민의 바셀린을 나눠 바를 수 있으면 좋은 일이죠.

    불꽃이 타오르지는 않아도 꺼지지 않았으니까요.


    새로 출발하는 작은 아들의 결혼을 보면서 기뻤고 홀가분 했지만

    집에 돌아오니 연극이 끝난 무대처럼 공허한 마음이 듭니다.

    축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keyjohn글쓴이
    2021.12.2 09:24 댓글추천 0비추천 0

    새 며느님 명절상을 받으셨다니  내 일처럼 감격스럽네요.

    사위가  저의 느린 컴을 보았던지, 어느 날 선물로 새 컴을 배달시켜 주어서 나름 감격했던 일이 새삼 생각나네요.


    '피할 수 없는 충격' 을 예견하고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것이 결혼 생활 맞네요. ㅎㅎ

    이젠 두 아드님 다 짝 묶어 주어서 후련함 서운함... 

    그리고 엄마로서의 어떤 각별한 감정도 있을 듯 합니다.


    좋은 일로 한해를 마감하셔서 더불어 기뻐요.

  • 결혼!

    동고동락.

    검은머리 파뿌리,

    백년해로.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는 않지요.

    반 백년을 같이 왔지만

    갈 수록 어렵네요.

    건승하시길!!!

  • 이한기님께
    keyjohn글쓴이
    2021.12.2 13:41 댓글추천 0비추천 0

    어쩌면 우리들의 불행은 '함께'에서 부터 시작된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러나 이미 많이 와버린 '함께'인 바에는

    '기대'를 줄이는 것이 모든 관계에서 최선의 쾌를 얻는 방법이라 생각도 해 봅니다.

    그럼에도 '함께'해요 ㅎㅎ

  • keyjohn글쓴이
    2021.12.2 19:04 댓글추천 0비추천 0

    저 달인 맞아요 ㅎㅎ

  • 마주 보고 손 잡고 마음 잡고 시작하는 결혼

    사소한 일상을 전쟁 한 줄 로맨스 한 줄로 채우며

    40년도 훌쩍 넘게 살았습니다

    아 어쩜 이렇게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무덤덤하게?

    우리의 결혼생활을 대변해 주셨는지요 

    역시 임 시인님!!!

    푸석푸석 쇠잔해진 서로의 모습을 바라보며

    한 웅큼 연민의 바셀린을 바르며 늙어가는 중......

    마지막 연이,  대미를 장식하셨습니다



  • 이설윤님께
    keyjohn글쓴이
    2021.12.3 10:42 댓글추천 0비추천 0

    몇번의 MT를 함께 했으나

    술잔 한번 함께 기울이지 못하고...


    도서관에서 우연이 내 눈길에 머물던

    저만큼에 앉아 책을 읽던 그 선배...


    그 녀를 만난 듯 반갑습니다.



  • 결혼한 이들의 공감대를 쌓아온

    식상하거나 저급한 재료들을 

    언어의 연금술사가 요리한

    결혼스토리 한 접시 받아들고 

    이 감칠맛 나는 '겨론' 식단에 포만감을 느낍니다, 즐감!


    문득 벤자민 프랭클린의 불후의 명언이 생각나네요

    "결혼 전엔 눈을 크게 뜨고 후엔 반쯤 감아주라"

    (Keep your eyes wide open before marriage, half shut afterwards)


    모든 결혼은 그 반대지만,

  • 석촌님께
    keyjohn글쓴이
    2021.12.3 10:47 댓글추천 0비추천 0

     '눈 크기 조절에 실패하는 프랭클린식 결혼'을 서른 세해 째 유지하는 자신이 기특한 순간도 있답니다.ㅎㅎ


    백미터 배롱나무길을 뒤로 하고 가시는 곳에는 또 어떤 길을 닦으실지도 궁금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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