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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정
- 중앙대 교육학과 졸업
- 2000년 도미
- 둘루스 거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비행기 안에서

keyjohn2022.01.09 12:16조회 수 46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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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무러치게 행복하지도
억장이 무너지게 불행하지도
않았던 내 삶이
저 만치 내려다 보이는
여기는 비행기 안.

다시 땅을 밟을 지
어쩌면 이대로 영영 불귀의 객이 될지도 모른다는 자발스러운 맘에 조바심 내는
여기는 비행기 안.

넋 놓고 졸다가
낯선 말로 뭐 마실래 하는 저승사자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 깨어,
이승 사람들을 바라보니
눈물겹게 반갑다.

우리가 만나는 어느 날.
제 눈가에 얼핏 물기가 보이고,
포옹한 팔에 힘이 들어 가 있거든,
비행기 여독이 덜 풀린 탓이려니
여기시기를.

*글쓴이 노트
친구 딸 결혼식 가는 비행기 안에서
몇자 적노라니
지상에서 와 달리 극적인 감정이 앞선다.

가뿐 숨을 참고 대남문을 지나 문수봉을 넘으며
나를 아프게 한 지인을 이해하기로 했듯이,
문수봉 몇 곱의 천상을 지나며
다가 올 상처들에 대한 백신을 맞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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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빛나는 밤에 思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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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
  • 오늘따라 임 시인께서 많이 젊어 지셨네요.

    어쩌다 비행기 타시니 그리도 좋으시나요?

    그럴 군번이 아닌데,ㅉ~ ㅉ~ ㅉ~.

    몇시간 안되는 비행시간인데 여독까지 동원하고

    읽기가 좀---    저승이니 이승이니---

    즐거운 시간 보내시고 무사 귀가하시기 바랍니다.

    여행중 강건하시길!!!


  • keyjohn글쓴이
    2022.1.9 17:31 댓글추천 0비추천 0

    저는 아무래도 정신과 육체의 성숙도 간 간격이 큰 편인 듯..

    육십 넘어 아직도 보스락 장난, 유치한 농담 삼매경을 즐기는 자신이 한심하고 사랑스럽답니다.ㅎㅎ


    무플 보다 악플이 더 위로가 됩니다.

  • 그야말로 만감이 교차되는 장소와 시간속에 파묻혀 시를 쓴것 같읍니다.

    다가올 백신을 맞으신후 만감이 일사불란하게 정리되어 평안과 형통이 깃드시기를......

  • 강창오님께
    keyjohn글쓴이
    2022.1.9 17:42 댓글추천 0비추천 0

    젊어서 한국을 떠나셨음에 불구하고 구사하시는 언어가 다양함에 존경을 보냅니다.

  • keyjohn님께

    문학회에 가입해 글을 다시 쓰기 시작하면서 회복됐읍니다. ㅎ

  • '시는 모든 사물에 의해 운반되어 진다'

    문명의 이기가 흉기가 되는 세상 

    거대한 괴물에 몸을 의탁하면서도 두려움과 조바심 

    1만 피트 상공에서 내려다 보면 나라는 존재가 개미처럼 

    보이는데, 나를 겸허하게 혹은 부질없는 이생에서 삶을 

    깨우쳐주는, 겸손하게 만드는 그릇 '卑行器'

    " 시를 쓰려는 열정과 고통 그것만으로 시를 죽이기에 충분하다"

    앙리 미쇼 시인의 표현처럼 

    임 시인의 시들은 관념적 초현실적인 시보다 리얼리스틱한

    생각을 찍은(念寫)듯, 시를 쓰려는 열정과 고통이 없는 시여서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감동이 전달되는 시라고 

    평하고 싶다


    즐감합니다!!






  • 임기정님의 시를 읽다 보니 , 저의 동심에 빠져 봅니다.

    아주 어렸을때 아마도 대여섯살쯤으로 기억합니다만 

    처음으로 버스를 보면서 놀라고 무서웠던 기억이 갑자기 스치네요.

    어머니 따라 이십리 길의 청양읍내 시장을 가는데 그땐 아마도 걸어서 갔던거 같아요.

    어머니 따라 신작로 길을 걸어서 가고 있었는데 저 멀리서 버스였는지,트럭였는지 정확한 기억은 없는데

    그차가 나한테 덮칠것만 같아서 신작로 옆이 산이었는데 저는 무조건 산으로 도망쳐 버렸답니다

    차가 지나가고, 어머니는 저를 불러서 겨우 다시 신작로길을 걸어서 장터에 갔었던 추억이.

    마차정도는 구경을 했었지만 문명의 이기인 차를 봤다는게 저한텐 무지 큰 충격이었죠.ㅎㅎㅎ

  • 무사히 목적지까지 안착하셨나요? 오늘 님의 하명을 받고 궂은 비 속에 문학회를 다녀왔어요. 참석해서 좋은 시간 보내고 왔어요.며칠 전, 지갑을 잃어버리고 제일 먼저 크레딧 카드 막을 생각으로 어떻하지를 반복하다 보니 꿈이였지 뭐에요. 뱅기 안에서  단 잠을 잤나봐요?
  • 3살 때 기억 그 전에도 버스는 탔겠지만 어른의 몸과 밀착해서 였을거고

    동생 때문에 품을 내주고 팔에 이끌려 처음 버스를 타자마자 

    무서워서 주저 앉아 울었던 기억

    그리고 23살 때 처음으로 소양교육 받고 비행기를 탔던 기억

    높이 뜬 하늘에서 또 하늘을 쳐다보는 느낌을 쓴 글들이 이민 오며서

    없어져서 안타까웠습니다. 

    임샘은 과거를 그림으로 그리게 만드는 재주가 많은 사람입니다.

    그 사람이 애문에 있어 더 감사하고요.

    잘 다녀와서 얘기 봇따리 들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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