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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문정희

keyjohn2022.03.18 06:32조회 수 63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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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란
무더운 여름밤 멀찍이 잠을 청하다가
어둠 속에서 앵하고 모기 소리가 들리면
순식간에 둘이 합세하여 모기를 잡는 사이이다.  

너무 많이 짜진 연고를 나누어 바르는 사이이다
남편이 턱에 바르고 남은 밥풀 꽃만 한 연고를
손끝에 들고
어디 나머지를 바를 만한 곳이 없나 찾고 있을 때  

아내가 주저 없이 치마를 걷고
배꼽 부근을 내어 미는 사이이다
그 자리를 문지르며 이달에 너무 많이 사용한
신용카드와 전기세를 문득 떠올리는 사이이다 

결혼은 사랑을 무효화시키는 긴 과정이지만
결혼한 사랑은 사랑이 아니지만 

부부란 어떤 이름으로도 잴 수 없는
백 년이 지나도 남는 암각화처럼
그것이 풍화하는 긴 과정과
그 곁에 가뭇없이 피고 지는 풀꽃 더미를
풍경으로 거느린다 

나에게 남은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다가
네가 쥐고 있는 것을 바라보며
내 손을 한번 쓸쓸히 쥐었다 펴보는 그런 사이이다  

부부란 서로를 묶는 것이 쇠사슬인지
거미줄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묶여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느끼며
어린 새끼들을 유정하게 바라보는 그런 사이이다

 


*옮긴이 노트

하고 싶은 것을 내 멋대로 하지 못하는 이유가  

상대방 때문인 것 같아 불편할 때도 많았다.

살다 보니 

내 멋대로 해 낭패 본 일을 짧게 비난하고 

오래 참아 주며 해결을 도와 주는 그 사람이 있어 ,

마음 한구석에 화로를 품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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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락된 과식/나희덕 (by keyjohn) 3월 애문 정모 결과 보고 (by keyjo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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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2022.3.18 09:00 댓글추천 0

    십인십색十人十色!

    종우의 경우는

    오래 같이 살다 늙으니

    한 쪽은 만만한 ×××

    다른 한 쪽은 호랑이 보다 무서운 것!

    '눈치'라는 물고기 즉 '가자미'가 되었어! 

    잔소리하고, Stress받게하며,

    짜증나게 하는 성가신 존재!

    남자는 갈수록 부드러워 지는데

    여자는 갈수록 단단해 지니 신神의  

    섭리攝理?

    그것이 노년의 부부 상夫婦 像?

    십인십색十人十色이니 시비是非  

    걸지 마시기 바랍니다.


  • keyjohn글쓴이
    2022.3.18 09:24 댓글추천 0

    종우님 처럼

    자신의 부부관계를

    아내 우위로 묘사하는 경우, 실제로는

    그 반대인 경우를 수 차례 경험했습니다.

    양쪽의 힘의 균형이 많이 기우는 것은 

    그것이 사랑을 배경으로 한 것일 지라도

    그리 달갑지 않게 느껴집니다.


    어찌되었든

    부분적인 관찰이지만,

    최근 종우님의 모습은 '행복' 그 언저리에 머무는 듯해 보기에도 편안 합니다. 

    꾸준한 행복을 기원합니다.


  • 2022.3.18 09:48 댓글추천 0

    총무님, 골자를 다 집약하셨네요.

    근데 사람이 맞고 안맞고는 서로간의 chemistry 의 조합의 문제라네요.

    부부간에는 같이 오래 살다보니 어느정도 익숙해 맞쳐지긴 하는데 워낙 다른 chemistry 의 만남이라면???

    다 복불복인것 같습니다.


  • keyjohn글쓴이
    2022.3.18 10:18 댓글추천 0

    복불복 ㅎㅎ

    요즘 살아보고 결혼하는 것도 지적하신 그

    케미스트리와 맥을 같이 하는 세태인 듯 합니다. 행복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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