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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정 - 중앙대 교육학과 졸업 - 2000년 도미 - 둘루스 거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
덩그러니
2022.06.18 22:06
아름답고 안타까운 나이 서른 셋에,
예수는 목숨을,
내 어머니는 남편을 잃었다.
덩그러니 남겨진 어머니는
하염없이 '동백 아가씨'를 불렀고,
동백 아가씨 가슴에 빨간 멍이 들었지만
어머니 입술에 더 이상 빨강 루즈는 볼 수 없었다.
남편이 남기고 간 십자가까지 이고 지고
세상 속을 골고다 언덕 삼아 터벅 거리던 어머니는,
뿔뿔히 제 갈 길로 간 자식들 뒤에
덩그러니 남았다.
일용할 양식 걱정 자리에
자식 걱정을 끌어 안고 사는 어머니 곁에는 여전히
쉰 목소리의 '동백 아가씨'만 남아 있다.
덩그러니.
*글쓴이 노트
아버지에 대한 기억의 부재는 무례한 불구의 추억을 낳는 것인지
아버지 날에도 어머니만 추억하는 자식이 되었다.
댓글 8
-
건실한 사고와 태도에 준해서 사시는 종우님이시기에,
'훌륭한 시민'이란 격려가 와 닿습니다.
예인들의 사회적 공헌보다
훌륭한 시민들의 그것이 더 인정받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어느 날!
아버지 영전에 드리는 님의 헌시도 기대합니다.
유치하지만
해피 ㅍ(ㅎ)더스 데이로 이만 총총 !!!
-
덩그러니가 주는 외로움이 끝내 촉촉함으로 다가옵니다.;
그랬군요....아버지도 계셔서 감성을 보탰으면 천재 시인,
천재 수필가, 천재 평론가가 되었을 임샘을 상상해 봅니다.
지금도 충분하지만요......
-
며칠 전,
이수영이란 가수의 덩그러니란 노래를 들으며
부산했던 제 어머니의 삶이
떠 올랐습니다.
자식들 더 자주 보고, 듣는 것 외에
다른 소망이 없어진 어머니의 삶이
허전하기만 합니다.
손자 보고 오시면,
지금과는 다른 느낌의 글들이 태어날 것 같은 기대가 생깁니다.
한번 더 축하드립니다.
-
일찌기 남편을 잃고 떠 맡은 십자가보다 더 큰 십자가가 많치 않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때에 따라 자식들이 구레네 시몬 역할을 다소 할 수도 있겠지요.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일반적으로 Electra and Oedipus complex로 작용한다고해서 그런지 저는 아버지에 대한 헌시는 상상이 안됩니다
-
자식들의 단편적인 시몬 역할에 활력을 얻곤 하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학교에서 작은 성취나 수입의 일부를 나눠드릴 경우 등...
그러나 '서방 복 없는 년이 자식 복인 들 있겠냐'며 한탄 하시던 기억이 훨씬 더 많았구요 ㅎㅎ
언제나 두 세번 생각하게 하는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
아버님의 몫까지 짊어 지셨을 어머님이 위대하셨나 봅니다
총무님 처럼 귀한 아드님을 키워 내셨으니......
저희도 감사 드리고 싶군요
-
'세상에 귀하지 않은 아이는 없다'
는 명제 하에 저를 포함시키고 나니
덜 무안하지만,
여전히 '귀하다' 와 '천하다'의 사이에서 흔들리는 자존감이 느껴 집니다.
'세상의 일원으로 존재 함'이 감사할 뿐 입니다.
격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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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실부早失父!
뭐라 위로를 드려야 할지 !
그래도 훌륭한 시민으로 자라셨으니
어머니의 지극하신 돌봄 못지않게
아버지의 음덕이 함께했으리라 믿습니다.
울림 주는 글 잘 감상했습니다.
저는 아직 아버지께 헌시獻詩도
못했습니다.
글재주가 없으니 이 또한 불효네요
늘 건필, 강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