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이 내리네 ]

김 평 석

눈이 내리네.

눈송이 뭉쳐 눈싸움 흥겹던,

그때 그 시절 정겹던, 눈이 내리네.

이렇게 눈이 내리는 날은,

모두가 다 詩人의 가슴이 되네.

짓눌리고 세파에 시달린 이도,

병들어 그 생명이 서서히 꺼져 가는 이도

어린아이처럼 맑은 마음이 되네.

눈이 내리네.

검게 타는 어둠 저 쪽을 뚫고서

이 땅에 맑고 하아 얀 눈이 내리네.

온통 어둡고 죄악 가득한 세상을 덮네.

오늘 태어나 하늘 구름을 타고

맑고 하아 얀 눈이 되어 내리네.

온 세상 어둠 하나라도 남기지 않을 기 새로

제 몸을 타고 넘어 온 땅을 덮네.

눈이 내리네.

이렇게 많은 눈이 내리는 날은,

온 세상이 평화로운 고요 속에 잠기네.

정쟁도 그치고 미움도 사라지네.

온통 사랑 하고 받고 싶은 마음만이

이렇게 펑펑 눈이 내리는 날,

흰 눈 되어 함께 내리네.

눈이 내리네.